[미담]“27년전 치료비 이제야 갚습니다”

  • 입력 2003년 4월 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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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여만에 치료비를 갚은 권정자씨와 아들 강명구씨. 사진제공 동산의료원
27년여만에 치료비를 갚은 권정자씨와 아들 강명구씨. 사진제공 동산의료원
채소 장사를 하는 권정자(權貞子·53·여·대구 북구 대현동)씨가 27년 전 자신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이해하고 아들을 무료로 치료해 준 병원측에 치료비를 갚아 ‘은혜’에 보답했다.

권씨는 최근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원무과를 찾아 “27년 전 내지 못한 아들의 화상 치료비 5만원을 갚겠다”며 치료비에 이자를 더한 100만원을 내놓았다. 이 돈은 권씨가 대구시내 한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푼푼이 모은 것.

권씨는 4일 “치료비를 갚지 못해 항상 마음의 부채로 남아있었는데 빚을 갚고 보니 너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1975년 6월 어느 날 집에서 핫도그 행상을 준비하던 중 튀김을 만드는 솥이 엎어지면서 옆에 앉아 있던 두 살 난 아들이 목과 어깨에 화상을 입었다.

권씨는 중화상을 입은 아들을 들쳐업고 서둘러 동산의료원을 찾았으나 가진 돈이 없어 진료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병원 복도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때마침 순회 진찰 중이던 당시 의료원장 하워드 마펫 박사가 권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병원비는 나중에 갚으라”며 무료로 치료를 해 주었다.

권씨의 아들은 한 달간의 치료를 받고 큰 흉터 없이 퇴원했으며 현재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다.

권씨는 “푸른 눈의 마펫 박사에게 받은 한없는 은혜를 갚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동산의료원측은 권씨가 내놓은 돈을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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