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조 ＂이라크전 파병시 파업＂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노조가 정부의 이라크전쟁 파병 방침에 맞서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하철공사 배일도(裵一道) 노조위원장은 "27일 열린 집행간부회의에서 정부가 병력을 파견하거나 미국이 침략전쟁을 계속할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노조는 이른 시간 내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쟁의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한편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업 설문조사 및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절차를 밟아 파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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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원장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힘의 논리를 방치할 경우 한반도 전쟁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마땅한 저항수단이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서 공기업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조는 노동현안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전국 최강' 지하철 노조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노조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전국단위의 노동자 단체도 최근 이라크전 파병이 이뤄질 경우 총파업 또는 '전국민 일손놓기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하철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민들은 "파병에 반대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시민들의 '발'을 묶겠다는 것은 지나친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직장인 이 모씨(40)는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파병 반대시위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이 지하철 파업으로 전동차를 탈 수 없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파업이냐"고 되물었다.

지하철공사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검수원'이라는 이름으로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치적 파업은 반대한다'는 글을 올린 한 조합원은 "반전운동은 각자에 맡겨야 한다"며 "반전에 쓸 힘으로 조합원 징계해제 등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