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수사기록 공개거부 檢-警 관행은 헌법에 위배”

  • 입력 2003년 3월 27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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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형사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에는 무조건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해 온 검찰과 경찰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권성·權誠 재판관)는 27일 변호사 황모씨가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는 조사기록을 공개할 수 없다는 수사기관의 결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보공개법은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보’에 한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공개하더라도 증거 인멸이나 수사의 현저한 지장 또는 재판의 불공정 등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개 거부는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의자를 조력해야 하는 변호인에게 수사기록 열람은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핵심적 권리”라며 “따라서 수사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기록 공개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기소하기 이전이라도 피의자의 변호인 등이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신청을 하면 증거인멸,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용해야 한다.

황 변호사는 2000년 3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의뢰인 김모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준비하기 위해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 공개를 인천 모 경찰서에 요청했으나 경찰측이 거부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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