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6년째 무료급식 최정숙씨

  • 입력 2003년 3월 23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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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주안역 앞 ‘2030거리’에서 어묵과 순대를 파는 최정숙씨(50)는 인천에서 ‘국수 아줌마’로 통한다.

경인전철 동인천역 앞 광장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과 노숙자 등에게 지금은 무료로 밥을 대접하지만 한동안 국수를 삶아 대접했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노점상을 하며 자식들과 함께 동구 송림3동에 있는 월세 30만원짜리 사글세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최씨가 무료 급식에 나선 것은 1997년부터. 어린 시절 배고팠던 기억 때문이다.

미군부대 등에서 목수로 일했던 아버지가 12세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자 가세가 기울었고 어머니마저 이듬해 사망하면서 최씨의 형제 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는 이 때부터 구걸 등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다 69년부터 식모살이를 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돈을 모으려고 노력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끈질기게 따라 붙은 가난의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언젠가 돈을 벌면 배고픈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97년부터 실내 포장마차와 노점상 등을 운영하며 자녀를 키우던 그는 외환위기 한파가 닥치면서 신문지 등을 덮고 자는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국수를 삶기 시작했다.

정성이 담긴 최씨의 남다른 음식 솜씨가 소문이 나 서울역 노숙자들도 찾아와 국수를 맛있게 먹고 갔다. 그러나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지 못해 그는 늘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그의 선행을 전해들은 한국경로복지재단이 식판 200개를 지원했다. 이 때부터 그는 일요일마다 동인천역 인근 동인천동사무소 앞 광장에서 맛깔스런 반찬과 국물이 있는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은가 봐요. 얼마 전부터 급식장소에 노숙자들이 다시 많이 몰리고 있거든요.”

무료 급식에 필요한 비용은 최씨가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순대 등을 팔아 생긴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후로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옷을 사 입지 않았다. 집에서 사용하는 TV와 냉장고, 장롱 등도 모두 주워서 쓰고 있다. 급식에 필요한 비용을 대려면 아끼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

최씨의 남편과 아이들은 가장 오래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최씨가 무료 급식을 시작한 이후 매번 급식 장소에 나가 음식을 나르고 있다.

막내딸 김미사양(9)은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우리 집은 잘 살지는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5월 큰딸이 다니던 예화여자정보산업고로부터 ‘장한 어버이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동구로부터 ‘올해의 숨은 일꾼’으로 선정됐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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