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로 청소년보호委 자문위원 위촉된 김진혁군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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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공교육 받기를 거부하고 홀로 공부해 온 16세 청소년이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정책자문위원으로 7일 선발됐다. 금년으로 3기째인 청보위 자문위원에 초등학교 졸업학력을 가진 청소년이 선발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고교중퇴자가 1명 선발된 적이 있으나 이 자문위는 그동안 전원 고교재학생들로 구성되어 왔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 사는 김진혁(金眞革·16)군. 그의 부모는 아들이 산청군 도산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공교육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 농사를 짓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전인교육을 받는 것이 좋겠다”며 중학진학 여부를 김군에게 맡겼다. 김군은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답했다. “놀 권리,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는 중고교 생활이 싫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군은 “당시 공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부모님의 강요도 없었다”며 “다만 부모님이 선택의 기회를 주어 학교를 가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군은 진주의 한 중학교에 배정받았으나 등교를 거부하다 2001년 4월 자퇴했다.

학업은 홈스쿨링을 통해 보충하고 부모를 따라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집에서 학업을 계속해 고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올 4월에는 고졸학력 검정고시도 볼 예정.

김군은 그동안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제사랑의 집짓기 운동(Habitat)’, ‘캄보디아 NOC 한국어교사활동’ 등에도 참여했다.

그는 “작년에는 캄보디아에 혼자서 3개월 동안 머무르며 한국어 교사 등 봉사활동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그런 곳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눈이 하나인 사람이 눈이 두 개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가서 ‘내가 정상인이다’라고 얘기하면 건방지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동안 인터넷에 자퇴생들의 사이버 커뮤니티인 ‘학교 밖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임(INO school)’을 만들어 웹마스터로 활동했다. 이 모임의 회원 7000여명은 공교육의 문제점과 중도탈락자들의 처지를 토론하고 있다. 청보위 이승희(李承姬) 위원장은 “김군의 특이한 이력 자체가 청소년보호정책의 주요한 시사점이 된다”고 말했다. 김군은 자문위원에 지원해 12 대 1의 경쟁을 뚫은 9명의 다른 10대 청소년과 함께 1년 동안 청소년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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