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이다]제3부 물의 개발 ①나눌수록 커진다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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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내륙을 종단하는 수로. 물이 풍부한 북부에서 부족한 남부로 물을 실어보내는 이 수로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사진제공 캘리포니아주 물관리국
캘리포니아주 내륙을 종단하는 수로. 물이 풍부한 북부에서 부족한 남부로 물을 실어보내는 이 수로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사진제공 캘리포니아주 물관리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륙의 도로를 타다 보면 도로 옆으로 뻗은 수로를 만나게 된다. 폭 10m에 깊이 5, 6m 정도 되는 수로에 흐르는 물은 3400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수원(水源)이다. 물의 출발지는 오로빌호수 등 강우량이 많고 천연호수도 많은 북쪽 지역. 남쪽 샌버나디노시 부근까지 총길이 960㎞로 물이 끝까지 가는 데 1주일이나 걸린다.》

지도엔 나와 있지 않지만 ‘캘리포니아 수로’로 불리는 이 물길이야말로 이 주의 어느 도로보다 소중하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등 남쪽 2000여만 주민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1년에 비가 몇 차례 안 내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영화(榮華) 뒤에는 이 물이 있다.

▽남-북 수로가 생명줄=‘황금의 주(golden state)’ 캘리포니아의 성장은 물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특히 북쪽에 비해 사막 건조기후대에 위치한 남부는 물을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성장의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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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부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많아 물이 더 필요했다. 캘리포니아 수로들 가운데 가장 큰 캘리포니아 수로는 북쪽의 풍부한 물을 남부 주민들에게 보내주는 통로다.

6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건설된 이 수로는 아직도 완성된 게 아니다.

캘리포니아 물 관리국 마이클 밀러는 “캘리포니아주의 인구가 늘어나고 성장하는 한 수로는 계속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도 지역간에 물 수급이 고르지 않은 지역이다. 멕시코만 동부 지역은 1년에 1140㎜의 강수량을 보이지만 서부는 그 절반도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텍사스주의 40%에 이르는 지역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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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지역간 물 갈등=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미국의 새로운 성장 축이다. 그 번영의 열쇠는 부족한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문제의 해법은 무엇보다 지역간 공생의 원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본래 불공평한 자원인 물의 속성상 물이 넘치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생의 길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만 해도 몇 년 전부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인구증가와 가뭄 등으로 물 사정이 예전 같지 않자 북부 주민들은 “수로가 북부의 부(富)를 뺏어간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90년대 가뭄이 심할 때는 ‘주 분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북간뿐 아니라 같은 남쪽 지역 내에서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가 앙숙이 된 데는 물 문제도 한 원인이 됐다. 샌디에이고는 로스앤젤레스를 거쳐오는 수로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자체 수원 개발에 나섰으나 그것이 또 새로운 지역 분쟁을 일으켰다.

샌디에이고는 시에서 한 시간 거리인 임페리얼 밸리에서 물을 사오려고 나섰으나 두 지역간에 감정만 상했다. 임페리얼 밸리 물관리이사회 의장인 스텔라 멘도자는 “물은 우리에게 모든 것이다. 물이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다”며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거절했다.

캘리포니아는 콜로라도강의 물 사용 문제로 다른 6개 주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그동안에는 캘리포니아가 할당량보다 물을 초과 사용한 것에 대해 네바다 등 인접 주들이 양해해 줬으나 최근 물 사용량이 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공존만이 살 길=텍사스는 96년 마련한 ‘지역별 물 계획’에서 주를 16개의 지역으로 나눴다. 지역별로 인구증가와 물 필요량을 산출, 주(州) 차원에서 수자원 활용 계획을 짠다.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 정부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지원을 받는 데 손해를 보게 된다. 자발적인 참여와 정보교류를 통한 상호조정과 합의를 노린 것이다.

텍사스 물개발국의 코머 턱은 “물 문제는 지역간에 사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떻게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간 물 문제도 상호 공생의 길을 찾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양국에 각각 걸쳐 있는 리오그란데 강과 콜로라도 강의 물을 일정량씩 상호 공급키로 한 조약은 최근 위반사례가 잦다. 양국은 이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협상에 나섰다. ‘각자 살려다간 같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경의 두 강 주변을 따라 공동정보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측 노력 외에도 민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텍사스 주립대학의 물문제연구소에서는 멕시코 공무원들이 공부하고 있다. 카를로스라는 멕시코 학생이 그린 리오그란데 강 주변의 지도에는 ‘국경선’이 없었다.

오스틴·새크라멘토=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전문가 기고…샌안토니오 프로젝트▼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샌안토니오는 인구 110만명으로 미국에서 9번째로 큰 도시. 도시 중심을 흐르는 파세오 델리오강을 따라 늘어선 호텔과 카페는 한창 성장중인 이 도시의 쾌적한 분위기를 한눈에 보여준다.

풍부한 물은 이 도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샌안토니오 유역은 2050년에 용수 수요 25억3000만t 중 약 1억7000만t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

샌안토니오수자원국(SAWS)은 당초 모자라는 물을 인접한 콜로라도강 하류지역의 지하수를 공급받아 충당하려고 했다. 그러나 콜로라도 하류지역 또한 2050년엔 약 1억7000만t의 물이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샌안토니오시에 물을 대줄 형편이 못 되었다.

그래서 찾은 새로운 해법이 콜로라도하천관리청(LCRA)과 SAWS가 지난달 27일 조인한 공동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콜로라도강 유역의 수자원 이용량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최대한 늘린 뒤 샌안토니오 시민들과 앞으로 80년간 함께 사용하려는 것이다. 제대로 추진되면 콜로라도강 유역 내 4, 5개의 저수지 건설을 비롯해 지하수 이용, 대체작물 재배와 관수로 누수 절감 등을 통해 연간 3억7000만t의 수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 중 1억7000만t은 샌안토니오시가 조사 개발비로 부담하며 이렇게 확보된 물은 80년의 계약기간에 관수로를 통해 공급된다. 나머지 2억t은 콜로라도 하류지역의 자체 부족량을 충당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유역간 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수자원 개발과 분배라는 일종의 윈윈(win-win) 게임인 셈이다.

이 샌안토니오 해법은 한정된 수자원의 확보와 이용을 둘러싼 지역간의 대립과 분쟁 대신 두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해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고익환·수자원연구소 수자원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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