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모의고사 상위 10% '공부 잘하는 비결'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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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능률을 올리려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독서와 신문을 통해 사고력과 종합 분석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안철민기자
학업 능률을 올리려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독서와 신문을 통해 사고력과 종합 분석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안철민기자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아침식사도 거른 채 황급히 등교하는 중고생 자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안쓰러운 심정이다. 공부라도 잘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은 데도 기대에 못 미치면 학생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속시원한 정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톨릭대 성기선(成基善·교육학)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서울시내 고교 1, 2학년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는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성 교수팀은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전국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들을 상위 10%와 하위 90%로 나눠 이들의 학습 및 생활 습관을 분석했다.》

▽잘 자고 잘 먹어라=모의고사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들의 잠자는 시간은 평균 6시간 10분으로 전체 평균 6시간5분보다 많았다. 이는 잠을 덜 자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깨어있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는 것.

의학 전문가들은 아침을 먹지 않으면 대뇌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 부족으로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아침을 거르지 않는 학생이 거르는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아침을 먹는 학생은 40.3%에 불과했지만 상위 10% 학생은 59.4%가 매일 아침을 먹는다고 응답했다.

아침을 거르지 않으려면 조금 일찍 자고 남보다 일찍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며 이런 습관이 효율적인 학습 관리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신문·책을 많이 읽어라=대학수학능력시험은 종합적 사고력과 추리력 측정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암기 위주의 학습법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03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단기간의 공부로는 풀기 어려운 종합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아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평소 신문이나 책을 자주 읽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비판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상위 10% 학생 가운데 35.1%는 ‘매일 신문을 읽고 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 15.2%보다 배 이상 높았다. 신문은 시사상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데 적합한 학습자료다.

또 상위 10% 학생의 32.4%가 한달에 3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지만 하위 90% 학생들은 20.8%만이 한달 독서량이 3권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스스로 공부하라=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과외나 학원 수업보다는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대답했다.

상위 10% 학생들은 하루 평균 2시간55분을 혼자서 공부하는 데 할애하는 반면 하위 90%의 학생들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2시간24분이었다.

또 ‘어디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상위 10% 학생들은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때’가 43%,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할 때’가 30.7%로 높았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이 효율적이라는 응답은 14.5%.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으면 주요 공식이나 핵심 위주로 시험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요령을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스스로 기본 원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수능시험의 출제 경향이 단순히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고력과 판단력을 측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또 대학에 진학해 깊이 있는 공부를 시작한 뒤에 어떤 학생의 학업 능력이 우수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자녀에 관심을 가져라=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많을수록 자녀의 학업 수준도 높아진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고액 과외를 시켜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만족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녀의 학업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인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대화와 토론을 자주 하는 등 올바른 관심을 보이면 자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상위 10% 학생의 73.6%는 ‘부모가 교육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하위 90%는 50.8%만이 부모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상위 10% 학생의 27.1%는 ‘아버지와 자주 대화를 한다’고 답변했지만 하위 90%의 학생은 19.9%만이 그렇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자녀의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싼 과외나 학원 수업보다는 자녀의 학업 수준을 관찰하고 공부하기에 적합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문가 기고]배영찬/'자율' 중시하는 대학공부▼

대학 신입생들을 보면 대부분 바뀐 학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 시절까지 자율적으로 공부해 본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병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 교수들은 한국 등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에 대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흔히 한다. 한국의 대학 교수들도 통감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단점이다.

한양대가 1997년부터 2001학년도 신입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6대 광역시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출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방 학생들이 사교육 의존이 심한 대도시 학생들보다 자율학습에 더 익숙해 있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활에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부모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무슨 수단을 쓰든지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모든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유치원부터 고교 3학년까지 틀에 박힌 공부와 시키는 대로 하는 공부에 익숙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중고생 시절에 성적이 좋았을지는 몰라도 정작 대학에 와서는 필요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다. 미국 예일대의 레빈 총장은 “대학은 창조적 사고의 원천이 되어야 하며 특정 분야의 지식을 연마하는 곳이다. 창조적 사고가 결여된 대학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역설했다. 대학에서는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학생들에게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혼자서 개척해 나가면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곳이다.

생텍쥐페리는 “배 한 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모아 나무를 해오게 하거나 이런 저런 잡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이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를 부모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사설 학원에 맡길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스스로 학습을 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아이들이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고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할 줄 아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배영찬(한양대 입학관리실장·응용화학)

▼'중학신입생 공부 요령'…석차에 주눅들지 말고 매일 복습▼

중학교에 진학한 신입생들은 과목별로 교사가 달라지는 등 초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 당황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신입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안내서인 ‘와! 나도 이제 중학생’을 발간해 입학식날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자에는 중학교에서 배우게 될 과목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평가 등 학습 안내는 물론 규칙과 진로 등 중학 생활 전반에 대한 안내가 들어 있다.

▽석차에 주눅들지 말라=중학 신입생들이 가장 당혹해 하는 것은 시험. 초등학교 때는 석차를 매기지 않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과목별, 학급별, 전교 석차도 나온다.

그러나 성적 평가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시험을 잘 보는 방법=먼저 시험 범위를 파악하고 배운 부분을 차근히 복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학과 과학 주관식 시험에서는 푸는 과정을 분명히 기록해야 하며 논술식 시험은 답을 적기 전에 여백에 간단한 요약이나 아이디어를 적어 놓고 이것에 근거해서 답을 쓰면 된다. 답안을 제출하기 전에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은 필수.

▽인터넷보다 책을 가까이=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기는 하지만 부정확한 내용도 많다. 초등학교 숙제는 인터넷으로 가능했을지 몰라도 중학교부터는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므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을 읽을 때는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수준에 맞는 것부터 차근히 읽는 것이 좋다. 학교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교생활을 즐기자=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보다 학칙이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학생 생활 규정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즐겁고 활기찬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한 것이다. 중학교는 통제보다는 자율, 징계보다는 선도를 우선하며 내용은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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