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계탑 잇단 테러 누가 왜?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31분


‘누가 왜….’

지난달 말부터 23일간 전국 4곳의 TV중계탑의 전력선이 잇따라 고의 절단되거나 방화피해를 봐 범행 동기와 목적에 의문이 일고 있다.

대표적 TV방송 중계탑인 서울 남산타워의 경우 지난달 30일 TV송신소 전력공급선이 고의 절단된 데 이어 17일 오후 같은 시간대(오후 4∼5시), 같은 지점에서 또다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지난달에는 수원(26일) 성남과 하남(28일) 등의 중계소 전력선이 절단됐다.

▽누구의 범행인가〓경찰은 일단 전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들의 집단적인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만2900V에 이르는 전력선을 잘못 자를 경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 범인들은 폭발을 막기 위해 전선의 외피를 벗겨낸 뒤 안에 들어있는 3개의 전선을 차례로 절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전력선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지점을 절단한 것도 전문가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것.

또 이 같은 고압 전력선을 절단하기 위해서는 200만원대의 원격조종 유압절단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독범의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범행했나〓전력 공급선을 고의 절단한 이유는 미스터리이다.

KBS를 비롯해 남산타워를 송신소로 이용하고 있는 방송국들은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TV중계가 중단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전력선이 절단되는 순간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 방송중계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TV중계를 방해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

그러나 비상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최소 2시간 지역별 TV중계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이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 서울 남산타워는 서울 경기와 충남북 일대의 송신을 맡고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전국 인구의 48%가량이 TV시청을 못할 수도 있다.

특히 KBS가 운영 중인 전국 100여개의 송신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인중계소여서 전력선 절단 등에 제때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수사〓경찰 일각에서는 한국전력 내부의 불만세력에 의한 범행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한전측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한전은 “피해복구는 한전이 해야 하지만 한전에 대한 테러라면 전력선 절단 외에도 훨씬 큰 파장을 가져올 만한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11월30일 매각이 이루어진 한전의 한 자회사 관계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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