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여권로비 수사당시 검찰이 비자금내역서 누락의혹"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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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기 위해 여권 인사들에게 로비한 자료가 담긴 비자금 명세서를 압수한 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까지 받아놓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수사기록에서 누락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제1정조위원장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 중 누락된 부분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이자 보성그룹 계열사인 엘에이디의 전 자금담당 이사인 최모씨가 99년 8월 이후 민주당 모 실세에게 15억원, 또 다른 실세 의원에게 10억원, P의원에게 2억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측근인 안모씨와 염모씨에게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최씨가 올 6월18일 대검 중앙수사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에서 답변한 진술조서 12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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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그룹 로비 수사전말

홍 위원장은 또 “최씨가 230억원대 보성그룹 비자금 출입금 날짜 사용처 등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셀 프로그램으로 상세히 정리한 10장짜리 명세서를 대검 중수부가 압수하고도 사건 은폐를 위해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는 공용서류 은닉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문조서를 한나라당에 제공한 제보자가 명세서를 읽어봤다”며 “10장짜리 엑셀 문서에는 230억원대의 비자금 명세가 적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6월18일자 최씨에 대한 검찰 신문조서에는 수사검사가 “2000년 1월6일경 진술인(최씨)은 (나라종금 대주주인 보성그룹 회장) 김호준의 비자금으로 얼마를 관리했나요”라고 묻자, 최씨가 “기억나지 않지만 검찰에 압수된 비자금 사용 명세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때 검사가 압수한 명세서 사본이 첨부된 4월20일자 수사보고서를 보여줬고, 최씨는 “예 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홍 위원장은 “진술조서 밑바닥에 고무도장으로 찍은 페이지가 2101쪽이 지워지고 2080쪽으로 고쳐지는 등 12장의 일련번호가 모두 고쳐졌다”며 “이는 검찰이 수사기록 21쪽을 빼돌렸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수사기록 중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부분은 공소유지와 관련 없는 내사기록”이라며 “수사기록 중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사 자료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자금 사용 명세서의 존재 여부나 내용은 현재 내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안씨와 염씨는 “나라종금 사람은 알지도 못하며,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이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이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안을 16일 국회에 제출하고, 대통령선거와 관계없이 자민련과 공조해 빠른 시일 내에 특검제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사건관련 염모-안모씨는…▼

염씨는 99년 당시에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으며, 1년여 뒤인 2000년 11월 노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캠프인 자치경영연구원 사무실을 내자 사무총장으로 영입돼 현재는 노 후보의 정무특보로 일하고 있다.

94년 초부터 노 후보의 보좌진으로 일해온 안씨는 99년 6월경에는 노 후보가 지급보증을 섰던 생수공장의 판매회사 대표로 가 있었으며, 2000년 11월 노 후보의 경선캠프에 합류해 현재는 정무팀장을 맡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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