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임의조제 신고 '팜파라치' 등장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9시 16분


약사의 임의조제 등 불법행위를 몰래 카메라나 녹음기에 담아서 신고하는 이른바 ‘팜파라치’가 등장해 약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팜파라치는 약국 또는 약학을 뜻하는 ‘파머시’와 유명인사의 뒤를 쫓는 프리랜서 사진가 ‘파파라치’를 합친 조어(造語). 교통위반 전문 신고꾼인 ‘카파라치’의 변종인 셈이다.

팜파라치는 약국에 찾아가 응급환자로 속이거나 처방전을 잃어 버렸다며 약사에게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팔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조제해 달라고 유도한다. 그리곤 이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대화 내용을 소형 녹음기에 담아 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이렇게 약사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건수가 60여건에 이른다. 대부분은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들의 행위로 추정된다.

팜파라치가 등장한 것은 7월부터. 복지부는 시민포상금제를 만들어 약사의 대체조제나 무자격자의 약 조제, 병원과 약국간의 담합행위 등을 시민이 고발하면 약사가 받는 벌금액수의 10%를 포상금으로 주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이후 고의로 위급 상황을 만들어 약사의 불법행위를 유도하는 ‘함정신고’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조사 결과 ‘함정 신고’로 판단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해당 약사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약사회 집행부는 최근 복지부를 찾아 시민포상금제가 약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며 제도를 폐지해 주도록 요청했다. 또 이들 팜파라치를 불법행위 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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