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벤처기업인 원정도박 11일새 28억 탕진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9분


재미 삼아 국내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를 드나들다 도박에 중독된 뒤 해외원정 도박에 나서 28억여원을 날린 미국 명문대 출신의 청년 벤처기업가가 검찰에 기소됐다.

건실한 상장기업 소유주의 아들인 허모씨(32). 그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부친 회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를 세웠다. 회사는 대기업과 수억원대의 납품계약을 하는 등의 실적을 올렸고 허씨의 삶은 탄탄대로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허씨는 그러나 지난해 12월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에 우연히 놀러갔다 도박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바카라’라는 카드 도박에 손을 대면서 공금 1000여만원을 순식간에 날려 버린 것.

상심에 빠진 허씨에게 “강원랜드보다 승률이 높아 돈을 따기 쉬운 해외카지노가 있다”며 필리핀의 한 호텔 카지노 고객 모집책이 접근했다.

잃은 돈을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한 허씨는 올해 1월 초 그를 따라 필리핀 헤리티지호텔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았다. 허씨는 처음에는 돈을 따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카지노측의 계산된 ‘덫’이었다. 잃고 따는 것을 되풀이하며 허씨는 헤어날 수 없는 ‘도박중독증’에 빠져 11일 만에 234만달러(약 28억원)를 날렸다. 하루 2억5000만원이 넘는 거액이다.

허씨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족이 뒤늦게 도박행각을 알아채고 강제로 귀국시켰지만 그는 이미 정상생활을 하지 못했다. 허씨는 중독증세 치료를 위해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를 찾았으나 치료는 쉽지 않았다.30년 이상 공들여 쌓아온 인생이 1년도 되지 않아 무너져 버린 것. 결국 허씨는 이달 7일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5부(이중훈·李重勳 부장검사)에 의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으나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상당수 도박 피의자들이 내국인 카지노에서 도박을 배운 뒤 해외원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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