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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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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련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주요 지점을 현장 확인한 결과 토양의 기름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장 사진과 토양시험자료 등을 공개했다.
녹색연합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기지 내 토양의 기름오염이 드러나는 첫 사례가 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초 사우스포스트 내 장교클럽 남쪽 500m 부속건물 공사현장의 토양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총석유계탄화수소(TPH)가 토양환경보전법상 ‘우려기준’인 2000㎎/㎏은 물론 ‘대책기준’인 5000㎎/㎏을 훨씬 초과하는 8638㎎/㎏이 검출됐다는 것.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분석작업을 맡은 대한광업진흥공사 전문가에 따르면 이 정도 수치는 토양이 기름에 ‘절어 있는’ 수준으로 생물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소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또 사우스포스트 17번 게이트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다목적운동장 조성공사 현장과 인근 병원 증축공사 현장도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방치돼 있거나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사우스포스트 내 대부분의 건물은 독립된 기름저장탱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그곳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녹색연합의 주장이 제기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군 하청업체인 T건설의 의뢰로 8월 실시된 다목적운동장 조성 현장의 토양오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 수질보전과 관계자는 “시 보건환경연구원 분석 결과 토양에서 검출된 총석유계탄화수소(TPH)가 모두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지만 환경부를 통해 미군에 정밀 공동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사우스포스트는 용산 삼각지사거리와 이태원동을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연합사령부 등이 있는 메인포스트의 반대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미군기지의 숙소와 위락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