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아시나요]부천시 청룡산 ‘선사유적지’

  • 입력 2002년 9월 27일 17시 36분


‘우리 동네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어릴적 집 근처 산과 들 등을 누비며 공룡 발자국이나 화석을 찾아다녔던 사람이라면 이같은 의문을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이 잇따르면서 서울의 위성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는 경기 부천의 경우 오정구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바로 이런 의문을 풀 ‘열쇠’를 간직한 곳이다. 해발 88m의 청룡산 일대에 분포된 이 유적지는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어 고대인(古代人)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되고 있다.

▽발굴 계기와 현황〓유적지 발굴은 1995년 10월 한 등산객이 청룡산 자락을 오르다 우연히 유물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장맛비에 무너져 내린 흙더미 속에서 반달형 돌칼 등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유물 11점이 발견된 것.

이후 부천시는 한양대 박물관팀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1996년 8월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올 8월까지 실시된 5차례의 발굴에서 주거지 13곳을 비롯해 제사(祭祀)유적과 돌무덤, 돌 도구 등 수천점에 달하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무늬없는 토기 등 원형이 남아 있는 청동기시대의 유물만 해도 1000점이 넘는다.

발굴된 유물은 현재 한양대측이 보관하고 있으며 발굴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부천시에도 일부 전시될 예정이다.

▽의미와 향후 계획〓한강 하류지역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유적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청동기시대 유적은 전국 곳곳에 있지만 발굴 규모가 대부분 주거지 2∼3곳 정도인 반면 이 지역은 커다란 마을 형태를 띠고 있는 것.

올 5∼8월 실시된 5차 발굴에서는 길이 18m, 폭 4m 정도의 주거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일대는 김포평야 및 서해와 접해 있는 구릉지대라는 점에서 선사시대 주거지로서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 발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산 정상에서 발굴된 사방 5m 정도의 나지막한 제단형 돌탑과 일부 토기는 제사용인 것으로 추정돼 고대 신앙에 관한 연구자료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이화종 발굴팀장은 “제사유적의 경우 국내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철기시대 유물도 일부 발견된 만큼 마을이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굴작업은 한 번에 1만평 정도에서 이뤄지는데 청룡산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유적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커 발굴은 앞으로 3년 정도 계속될 예정이다.

부천시는 이에 맞춰 이 일대를 견학코스와 체험시설을 갖춘 ‘선사유적공원’(가칭)으로 조성하고 ‘선사유물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발굴이 이뤄질 때면 많은 학생들이 발굴 현장에 견학을 온다”며 “현재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언제든 유적 발굴지를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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