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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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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인사 자체보다 병역면제 의혹 사건 수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 정치권과의 사전 교감설이 제기된 박 부장을 유임시킬 경우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공정하게 한들 정치권, 특히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는 것.
이 같은 우려 때문에 21일 밤 대검과 법무부의 일선 간부들은 심야 여론 수렴작업에 나섰다. 일부 간부들은 출입기자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검사들은 출신 지역별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70 대 30의 비율로 박 부장을 전보시키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과 법무부의 참모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박 부장의 전보를 김정길(金正吉)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유임을 염두에 둔 김 장관의 ‘황소고집’을 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정치적 공방이 치열한 정치적인 사건 수사에 기름을 쏟아 붓는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돌출 발언까지 튀어나온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론이 많았다.
일부 검사들은 또 “김홍업(金弘業)씨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의 검사들과 청와대의 ‘지휘권 발동 요구’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지목된 성영훈(成永薰) 법무부 공보관이 이번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 공보관은 이번 인사에서 한직(閑職)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으며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대검에 파견돼 홍업씨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예상과 달리 일선 지청장 발령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박 부장의 교체도 검토했으나 진상 확인 결과 이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 유임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부장을 전보시킬 경우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을 김 장관이 가장 우려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부장의 교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한나라당은 이날 곧바로 ‘정치검찰 DJ정권 야합 공작수사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가결할 태세다.
따라서 이 의원의 발언과 그에 따른 검찰 인사 파동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게이트 수사’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에 또다시 큰 상처를 남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