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섬 사료화…수입곡물보다 싸게 공급

  • 입력 2002년 7월 28일 18시 41분


24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는 재고쌀 처리 특별대책을 심의하면서 정부가 재고쌀을 사료용으로 쓸 수 있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이 1970년대 이후 쌀을 배합사료로 사용한 전례에 따라 정부가 보유한 1998년산 쌀 60만섬, 1999년산 310만섬 등을 우선 사료용으로 쓸 것을 검토중이다.

윤장배(尹彰培) 농림부 식량정책국장은 “배합사료 원료로 매달 현미 63만섬(10만t)을 처분할 수 있으며 옥수수 수입가격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보관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입 사료곡물을 대체해 100만섬당 1600만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은 “사람 먹는 주곡을 소 돼지에게 줄 수 있느냐”는 정서를 갖고 있다. 이런 데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여전히 어려우므로 일부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왕이면 북한에 식량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국대 장원석(張原碩·농업경제학) 교수는 “북한과 관계가 개선된다면 가능한 한 많은 분량을 북한에 장기저리 차관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장부상’이긴 하지만 가장 경제적이고 의미도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 문제는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과는 달리 대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동복(李東馥) 명지대 초빙교수는 “북한에 쌀이 부족한 것은 농업정책과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정부는 쌀을 지원하더라도 북한 정부에 농업과 경제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하며 그래야 북한이 궁극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갑자기 ‘유감’을 나타낸 것은 쌀 지원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재고쌀 400만섬을 사료용 등으로 처분한다고 발표하자 이 쌀을 대북지원용으로 받기 위해 유화 제스처를 썼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2001년에만 국제기구에 2억5800만달러(쌀 672만섬 수준)의 해외 식량원조를 요청한 바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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