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금치 전적지 훼손 우려

  • 입력 2002년 7월 24일 19시 44분


동학농민전쟁의 최대 전적지인 충남 공주시 금학동 우금치(고개) 도로 확장공사를 둘러싸고 공사 주체인 공주시와 동학 관련 단체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는 공주시가 2005년 5월 완공을 목표로 2000년 5월 착공한 공주∼부여간 국도(40호선)상의 공주시 옥룡동∼태봉동 구간(6.5㎞) 확장 공사. 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인근의 우금치산을 10m 가량 파들어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금치산은 1993년 국가사적지(제387호)로 지정됐으며 ‘동학혁명군 위령탑’이 세워진 ‘우금치 전적지’의 도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에서도 동학전쟁 당시 주요 전투가 이뤄져 동학 관련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사적지로 편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와 관련, 동학농민전쟁기념사업회측은 주미산 우금치산 견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동학전쟁의 주요 전적지이기 때문에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 운영위원장인 지수걸(池秀傑·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동학 유적지는 전국적으로 많지만 우금치는 최대 전적지인 데다 백제역사탐방 과정에서 꼭 들르는 인기 코스”라며 “이번 기회에 우금치 부분 도로를 확장하는 대신 터널을 뚫고 기존 도로까지 메워 전적지를 완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역사연구회도 ‘우금치 도로공사계획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구한국관보(舊韓國官報)’ 등의 사료도 우금치산이 일본군이 포대를 설치해 동학 농민군의 진입을 방어하던 역사적인 장소로 기록하고 있어 보존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공주시는 “터널을 뚤을 경우 도로공사 전체 예산(350억원)의 절반을 넘는 2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주문”이라며 난색이다.

문화재청은 이같은 논란을 감안해 우금 고개 도로확장공사를 위해 공주시가 제출한 형질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심의를 지난 19일에서 다음달 31일로 연기했다. 국가사적지 경계로부터 반경 500m 이내의 시설을 훼손할 경우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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