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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14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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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학생 유치를 조건으로 돈이나 향응이 공공연하게 오가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전문대 교수들은 경남 울산 수도권까지 찾아다니며 학생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수들은 특히 실업계 고교의 학교장이나 학년 담임 교사들과 은밀히 접촉하면서 학생을 자기 학교에 진학시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K전문대 황모 교수(43)는 “내년부터 정원 채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학교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연구성과보다는 학생유치 실적으로 교수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분위기 때문에 정말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4년제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부 교수들은 고향을 방문하거나 평소 연고가 있는 고교를 찾아다니며 학생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 교수는 “빈손으로 찾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돈도 상당히 드는 편”이라며 “대학을 특성화시켜 학생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도 당장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 하는 대학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학생을 담보로 대학 측에 손을 벌리는 모습도 등장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일부 고교에서는 학생을 보내 줄 테니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거나 학교운동부의 운영비를 보조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하고 있다”며 “외면하면 학생 유치가 어려울까봐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은 심지어 학생을 보내주면 등록금을 깎아 주겠다는 조건도 내걸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아무리 학생유치가 어렵더라도 학생을 물건 취급하는 경우도 있어 불쾌하다”며 “대학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학생유치 전략으로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지를 찾아 학교 홍보를 하고 있으나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교수들은 “대학 문만 열어놓으면 학생들이 모이던 때가 올해를 고비로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며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연구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