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총리 지명 엇갈린 반응]"잘할것" "검증안돼"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31분


7·11 개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초의 여성 총리 지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국정 운영을 기대한다는 반응과 함께 신임 총리가 정치력과 행정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개혁, 중립 내각 구성에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장상(張裳) 총리 지명자가 내실 있는 국정 운영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김현숙(李金賢淑) 공동대표는 “여성이 처음으로 총리에 기용된 점이 기쁘고 장 총리서리는 대인관계가 원만한 데다 성실하고 강직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관리에는 최적임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문정인(文正仁) 원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개각이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대선을 치르고 관리내각을 이끌어 간다는 의미에서 합리적이고 불편부당한 대학행정가였던 장 이화여대 총장의 총리 지명은 무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각에 대해 실망스러움과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탈북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대’ 이서(李犀) 대표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수사와 남북관계, 대선 정국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정치적 리더십과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장 총장의 총리 지명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많았던 인물을 재등용하는 등 이번 개각은 개혁과 중립을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대통령 측근 위주의 개각인 것 같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 박찬성(朴讚星) 사무총장은 “전문적으로 검증이 안된 사람이 총리로 지명돼 신선한 편이지만 이미지만으로 각종 현안을 조정하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국정에 반영해 나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玄宅洙) 교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립적인 인물을 총리로 지명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자칫 ‘허수아비 총리’가 된다면 대선 때 여성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인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개혁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실패한 개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개혁성이 없는 법무부장관의 재기용과 보건복지부 현안에 대해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李具京淑) 정책부장은 “여성 총리가 호주제 폐지, 성매매 방지책 마련 등 여성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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