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여름철새 멸종 위기…농약살포 서식지 오염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13분


멸종위기에 처한 장다리물떼새(왼쪽)와 뜸부기. - 동아일보 자료사진
멸종위기에 처한 장다리물떼새(왼쪽)와 뜸부기. -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국내 철새도래지 가운데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장다리물떼새와 뜸부기 등 보호가치가 높은 여름철새들이 급격한 서식환경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여름철새 66종 가운데 10여종이 2, 3년 사이에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태〓조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서식환경 변화로 주로 천수만의 논이나갈대습지 등지에 사는 장다리물떼새 호사도요 뜸부기 큰덤불해오라기 꼬마물떼새 뿔종다리 등 10여종이 30% 이상 크게 줄었다.

이 중 뜸부기와 뿔종다리는 멸종위기 보호조이며 장다리물떼새는 천수만 번식 사실이 보고된 98년 이전까지만 해도 ‘희귀한 나그네새’로 분류됐었다.

9일 조류연구가인 만리포고 김현태(金賢泰) 교사에 따르면 최근 논문 준비를 위해 대학원생들과 함께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A지구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에 비해 장다리물떼새의 경우 30둥지에서 5둥지로, 꼬마물떼새는 25둥지에서 12둥지로 줄었다.

호사도요는 지난해 4둥지가 발견됐으나 올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원인〓천수만 농경지는 항공 직파(直播)로 둔덕과 갈대습지가 유지되고 항공 방제로 농약 농도도 낮아 여름철새들이 서식하기에 비교적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2000년 말부터 농지를 일반에 매각하면서 지난해 봄부터 써레질과 기계 모심기가 이뤄지고 둔덕과 갈대습지도 농지로 편입됐으며 농약도 대량으로 살포됐다.

특히 3, 4월 논바닥에서 부화하는 장다리물떼새의 경우 써레질과 농약 살포로 번식이 어려워져 서산시 해미면 신정리와 부석면 창리 등지로 이리저리 번식지를 옮겨다니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A, B지구 농경지 1만여㏊ 중 40%가량을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도 가급적 빨리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서식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대책〓충남도는 천수만 철새보호를 위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겨울철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관리계약제는 농지 소유주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철새가 작물을 먹더라도 쫓지 않으며 추수 후에는 낱알을 많이 남기도록 하는 대신 그로 인한 영농 손실비를 보전해 주는 제도.공주대 생명과학과 조삼래(趙三來) 교수는 “당국이 농지의 군데군데를 완충지대처럼 사들여 서식지로 활용하면 생태계 보호는 물론 관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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