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꽃게 너무많아…” 어민 착잡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59분


서해교전이 있은 지 5일째인 3일 오전 6시경 연평도 당섬부두에는 전날 짙은 안개로 바다에 나가지 못했던 꽃게잡이 어선 57척 중 37척이 일제히 출항해 어로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이날 연평도 당섬부두는 새벽에 출어했던 어선들이 회수한 그물을 내려놓고 다시 조업구역을 향해 떠나는 등 꽃게잡이배들의 잇따른 출항과 귀항으로 모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민들은 잡아온 꽃게의 상태가 좋지 않아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

출어를 나간 어선 중에서 2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8시경 가장 먼저 돌아온 연화 3호(9.77t급·선장 박재원)는 4틀(1틀 그물의 길이는 평균 800m)의 그물에서 꽃게 550㎏을 거둬들였다.

선장 박씨는 “꽃게가 그물에 걸린 지 2, 3일이 지나 상당수가 죽거나 선도가 떨어진 상태”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어민들은 선도가 떨어지거나 죽은 꽃게의 경우 평소 경매가(㎏당 1만원)의 절반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장 박씨는 “조업이 통제될 때마다 어민들은 입술이 마를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남북한 화해 무드가 연평도에도 하루빨리 넘쳐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평 어민들은 이날 조업을 통해 총 1만6000㎏가량의 꽃게를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어민들은 이날 수확한 꽃게의 판로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연평 어민들은 6월 30일 마지막으로 옹진수협의 경매가 막을 내리는 바람에 이날 수확한 꽃게를 냉동창고에 보관하거나 자체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선원 유한석씨(43)는 “꽃게도 문제지만 어민들 대부분은 틀당 700만∼800만원 하는 어망을 회수하는 게 더 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옹진군 소속 어업지도선 2척과 해군 경비정 6척은 연평어장 인근을 순시하며, 출항 어선들을 호위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연평도〓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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