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씨, 권노갑씨에 5000달러 더줬다”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43분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게 진씨의 돈 5000만원 외에 개인적으로 미화 5000달러를 건넸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나왔다.

24일 열린 권 전 고문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차장에게 “2000년 7월 권 전 고문을 찾아간 자리에서 ‘해외로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경비로 쓰라’며 미화 5000달러가 담긴 봉투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불리한 진술은 법정에서 거부하겠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차장은 뒤이은 검찰 주신문과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진씨가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왔기에 권 전 고문이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를 일단 집 밖으로 내보냈다”며 “이후 권 전 고문에게 김홍걸(金弘傑)씨와 최규선(崔圭善)씨의 관계 등을 보고한 뒤 진씨가 돈을 놓고 간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신문 등을 지켜보던 권 전 고문은 “거짓말”이라며 고개를 흔들거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변호인단은 진씨가 돈을 건넨 정황, 구체적인 요일과 시간 등 김 전 차장의 주장 세부사항까지 문제삼고 나섰으며 “국정원 보고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베껴낸 허위정보 아니냐”고 추궁했다가 김 전 차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朴永化) 부장판사는 증인 신문을 둘러싼 검찰 측과 변호인간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자 “논리적으로 진실을 밝혀야지 감정적으로 증인을 몰아치지 말라”며 변호인단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朴永化) 부장판사는 이날 MCI코리아 회장 진승현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김 전 차장에 대한 신문만 3시간 이상 계속되자 나머지는 28일 심리하기로 했다.한편 이날 방청석에는 민주당 이용희(李龍熙) 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 의원, 권 전 고문의 측근 100여명이 몰려와 재판을 지켜봤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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