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9일 소환배경]"홍업씨 처벌 조기매듭"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2분


검찰이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을 월드컵대회가 진행중인 19일 소환하기로 한 것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처벌 의지를 분명히 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풍(外風)’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를 구속한 뒤 홍업씨 수사와 관련한 의구심이 계속 번져 조기에 소환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씨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홍업씨의 비리 개입 혐의를 확인한 상황에서 소환을 미룰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은 지난달 24일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대회 등을 고려해 홍업씨 소환을 월드컵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12일을 전후해 유씨가 홍업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오는 등 수사가 급진전되자 “월드컵 기간이라도 더 이상 소환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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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입장이 확인된 6·13 지방선거 결과도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월드컵 열기가 고조돼 있는 시기에 홍업씨를 소환하는 것이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부를 때가 돼서 부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업씨가 19일 출두하면 수사의 초점은 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대학 후배인 이거성(李巨聖)씨, 유진걸씨 등 홍업씨 측근들의 비리에 홍업씨가 개입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홍업씨 주변 인사들이 각종 이권 청탁의 명목으로 기업에서 받은 것으로 드러난 돈은 김성환씨 9억2000만원, 이씨 17억원, 유씨 10억원 등 모두 36억2000만원이다.

홍업씨 측근들은 최근 태도를 바꿔 홍업씨가 자신들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서 공범 관계임을 입증할 정황을 진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홍업씨가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통해 16억원, 김성환씨를 통해 12억원을 세탁한 경위도 조사한 뒤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업씨가 관리한 일부 자금의 출처가 97년 대통령선거 때 사용하고 남은 돈으로 확인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사건의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김홍업씨 수사 일지
2002.2.4차정일 특별검사팀, 이용호씨 대검 수사중단 압력 의혹과 관련해 홍업씨 고교 동창 김성환씨 소환
3.8특검, 김성환씨 비자금 수십억원대 발견. 김씨 잠적
3.25특검, 김성환씨가 차명계좌로 관리한 90억여원 중 10억원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대검에 수사 자료 이첩
4.1대검 중수부 수사 착수. 아태재단 관계자 등 관련자 30여명 출금조치
4.12검찰, 김성환씨 감세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 수수한 사실 확인
4.17검찰, 김성환씨 34개 차명계좌 통해 200억원대 자금 관리 사실 확인
5.2김성환씨 소환
5.4김성환씨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5.13검찰, 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건넨 16억원 돈세탁 사실 확인. 홍업씨 대학동기 유진걸씨와 대학후배 이거성씨가 차명계좌 등에 거액 수시 입금 사실 확인
5.28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 ‘국정원 5억쯤’ 등의 메모 작성 후 잠적
6.1이거성씨 알선수재 혐의 구속
6.11유진걸씨 변호사법 위반 혐의 구속
6.12검찰, 유씨가 청탁 명목으로 받은 10억원 중 홍업씨가 3억원 받았다는 진술 확보
6.17검찰, 홍업씨 19일 오후 3시 출두 통보

김홍업 비리 개입 의혹
확인된 측근들의 비리 김홍업씨의 비리 개입 의혹김홍업씨 측 해명수사 상황
유진걸씨, S건설에서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0억원 수수-김성환씨, “홍업씨에게 3억원 전달” 진술
-유씨 통해 32억원 비자금 관리 의혹
“S건설에서 돈 받은 사실 없다.”-3억원 전달 정황 포착
-자금 출처 및 사용처 조사 중
이거성씨, 전 새한그룹 부회장에게서 검찰 수사 무마 청탁 명목 17억원 수수-이거성씨가 받은 돈 중 일부가 홍업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
“이거성씨에게서 청탁이나 돈을 받지 않았다.”-17억원 중 일부 홍업씨에게 전달된 정황 포착
-자금 사용처 최종 확인 중
김성환씨, 각종 청탁 명목으로 9억2000만원 수수. 회사자금 84억원 횡령-김성환씨가 홍업씨에게 전달한 15억원 가운데 일부를 청탁과 함께 받았다는 의혹
-김성환씨를 통해 세탁한 12억원이 이권 청탁의 대가라는 의혹
“18억원을 빌려줬다가 15억원을 돌려받았다.”
-김성환씨가 청탁 명목으로 받은 돈의 사용처 조사 중-김성환씨를 통해 세탁한 자금의 출처 추적 중
기타 -김병호씨를 통해 세탁한 16억원이 이권 청탁의 대가라는 의혹 등김병호씨, “돈세탁 심부름만 하고 자금 출처는 모른다.”김병호씨에게 자금 세탁을 지시한 경위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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