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 시대 여전한 ‘충전 낭인’… ‘길막 시비’ 에티켓도 부족

  • 동아일보

14시간이상 충전땐 과태료 규정에도
지자체별로 달리 적용해 혼란 커져
신고해도 구청선 “기어 사진 보내라”
“주차시간 초과분 비례 과태료 필요”

전기자동차 보급 100만 대 시대를 열면서 충전,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뉴시스
전기자동차 보급 100만 대 시대를 열면서 충전,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서 전기자동차를 6년째 운전 중인 직장인 장정호 씨(36)는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기차 충전 공간 진입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구청에 신고하자 “해당 차량의 기어가 중립 상태가 아니라는 걸 영상으로 찍어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씨는 “장애인 주차 공간 진입 방해는 사진만 찍어 신고해도 바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과 딴판이었다”며 “전기차 타는 사람들에게 충전을 제때 못 하는 게 가장 불편한데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가 누적 100만 대를 돌파한 가운데 아파트 단지 등에서 충전과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전기차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 방침도 제각각이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만큼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법 규정과 달리 충전기 ‘길막 차량’ 신고도 안 받아

1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전기차 충전 관련 민원은 362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전기차 충전 민원은 2021년부터 350건을 웃돌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충전기 고장 등으로 민간 충전기 사업자에 접수된 민원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발생한 민원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에서는 3월 기준 전국 전기차의 42.8%가 운행 중이다.

현행 ‘친환경자동차법’(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완충된 전기차를 빼지 않거나 전기차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전기차 충전을 제때 하지 못하는 ‘충전 낭인’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예를 들어 완속 충전기에 14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일부 공공건물과 100채 이상의 아파트 등은 동일하게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들이 규정을 다르게 적용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3년째 전기차를 타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완속 충전기에 20시간 넘게 주차한 차량이 있어 신고했더니 우리 지자체는 민원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며 “관련 규정을 언급해도 ‘지자체 재량이 우선’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 “과태료 부과 현실화 필요”

국내 전기차 충전의 70%가량이 아파트에서 이뤄지면서 입주민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입주민과 충전시설 관리주체 간의 ‘책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잇따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의 여파로 일부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완충된 차량의 지상 주차를 권고하거나 수리나 고장 등을 핑계로 지하 충전기를 꺼두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서울시는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대책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기차를 구매한 직장인 이모 씨(29)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충전기를 관리사무소가 꺼둔다는 걸 전기차 구매 후에 알았다”며 “주변에서 전기차를 산다고 하면 지자체와 아파트의 충전 규정부터 알아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42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급 확대에만 주력하는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법만 만들어 놓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안티’ 전기차 이용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충전소에 센서를 달아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주차시간 초과분에 비례하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과태료#길막#충전#아파트#입주민#갈등#책임공방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