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걸씨 전격소환]처벌 마지막 수순 돌입

  • 입력 2002년 5월 14일 22시 20분


검찰이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 대해 전격적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수사가 예상을 뛰어넘어 급진전한 결과라기보다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3억원을 받았다고 밝힌 것 외에 홍걸씨의 이권 개입 혐의나 단서를 언급한 적이 없다. 최씨에게서 받은 3억원의 출처도 이권 개입과 직접 연관된 부분은 아니라고 검찰은 전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수사 내용으로는 홍걸씨를 소환해 조사할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수사에 착수하고 열흘가량 지난 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조사에 한 달은 필요하지 않겠느냐. 5월 10일까지 기다리고 나서 평가해 달라.”

그리고 예정일에서 4일이 지나 전격적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 초기에 이미 홍걸씨가 이권에 개입한 단서나 혐의를 포착했다는 관측이다.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 등 증거를 통해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지금까지 최규선씨가 개입하고 대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권과 홍걸씨와의 연관성을 밝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또 홍걸씨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 및 단서를 상당수 확보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14일 소환 통보 직전 “TPI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을 밝히는 것이 처음부터 수사의 본류이고 핵심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수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홍걸씨의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는 홍걸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기보다는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의 순조로운 진행에 변론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弘業)씨의 소환은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건 핵심 관련자들이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인데다 홍업씨가 주도한 돈 세탁도 치밀하게 이뤄져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업씨의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는 “홍업씨의 혐의에 대한 법률관계를 열성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해 홍걸씨의 경우와는 달리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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