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확인진술 공개 논란…"윤여준통해 돈줬다는 말"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42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 등의 발언이 공개돼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송씨 등의 진술 내용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송씨 등의 진술과 신빙성〓검찰이 공개한 송씨의 진술은 “최씨가 3월 말 ‘한나라당에 보험을 들어뒀다’고 얘기했고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이 전 총재가 미국을 방문하는데 최씨가 도움을 줬고 윤 의원을 통해 이 전 총재에게 20만달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들 진술은 설 의원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씨 등의 진술을 설 의원 주장의 ‘보강 증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직접 듣거나 경험한 것이 아니라 ‘누가 이런 말을 했다’는 ‘전문(傳聞) 진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신분상 친여(親與)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 송씨는 민주당과 정책 협조를 했던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의 사위이고 황인돈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김홍걸(金弘傑)씨의 동서다.

▽수사 전망〓진상 규명의 핵심은 최씨 본인의 진술이지만 현재까지 최씨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들은 그가 워낙 ‘튀는’ 스타일이라서 언제 어떤 발언을 할지 모른다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씨의 한 측근은 “최씨는 자신이 현 정권에 의해 ‘팽(烹)’당했으며 다음에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입을 열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확인’을 거쳐 진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왜 진술을 공개했나〓사건의 실체와는 별개로 검찰이 송씨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서둘러 공개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씨의 녹음테이프 공개 등으로 곤경에 빠진 여권에 ‘탈출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언론에서 송씨 진술 등에 대해 눈치를 채고 확인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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