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총경 도피 경찰청수사국장 개입"

  • 입력 2002년 5월 8일 11시 09분


한나라당은 8일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총경)의 해외도피와 관련, 정권 차원의 방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이날 당화합발전특위 회의에서 "최 전 총경 도피에 경찰청 수사국장이 깊이 개입됐고, 정부 차원에서 도피를 방조했다는 경찰청 수사국 모 경정의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작성한 것으로 돼있는 이 제보는 "최 전 총경은 4월12일 청와대 보고 후 13일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가운데 수사국장과 30여분간 독대했으며 독대 직후 사무실 정리를 마치고 귀가, 14일 오전 급히 홍콩으로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는 또 "수사국장이 최 전 총경의 출국을 보고받고도 현재까지 은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찰청장까지 속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제보한다"면서 "내가 국장 부속실에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최 전 총경이 나오고 있었고, 안에서 '건강 조심하라'는 수사국장 목소리가 들렸다"고 주장했다.

또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최규선(崔圭善)씨의 테이프 내용을 보면 충격을 금할 길 없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권퇴진운동은 당연하다"면서 "최 전 총경의 도피는 이 정권의 밀항대책회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홍걸씨 관련의혹 조사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던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 체포송환이 아니라 소재파악 요청이었던 점 등에 비춰 최 전 총경 체포송환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권력실세의 엄호 하에 최 전 총경이 홍콩에서 상당액의 도피자금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발표, "최규선씨 테이프는 최씨의 입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고 검찰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철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경찰청 수사국장 "사실무근"

이승재 경찰청 수사국장은 8일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가 '최성규(崔成奎) 전 총경의 해외도피에 수사국장이 개입됐다'는 제보를 공개한 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런 내용이 계속 유포될 경우 법적 대응 등 선택가능한 방법을 동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국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 제보에는 4월13일 오전 최 전 총경과 독대했다고 돼있는데.

"매일 오전 9시20분에서 30여분간 수사국장실에서 특수수사과장을 비롯한 과장급 이상 8명이 모여 회의를 한다. 따로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특수수사과장 등 1-2명이 별도로 남아 수사사항을 보고하기도 한다. 4월13일에도 평상시처럼 내 사무실에서 9시20분부터 30여분간 회의를 했다. 최 전 특수수사과장은 당일 회의가 끝난 뒤 남아 수사사항 보고를 한 뒤 '오후에 딸의 선을 본다. 월요일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하고 나갔다."

- 제보에는 최 전 총경에게 '건강 조심하라'고 했다는데.

"국장실에서 과장 회의 중에는 계장이 부속실에 대기할 필요가 없고, 통상 회의시간대 계장들은 식사나 신문을 보는 등 자기 시간을 갖는다. 급한 보고사항이 있는 계장은 회의중이라도 들어와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며, 따라서 계장이 부속실에서 대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건강 조심하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나 출입문과 국장 책상과의 거리는 6m 이상이고 부속실에서 출입문간은 2m 가량 떨어져 있어 출입문이 열려도 일부러 크게 소리치지 않는 한 들리지 않는다."

-제보는 경찰청 수사국 경정급 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돼있다.

"제보 문건에 내 전 보직이 '경찰청 외사심의관'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정식 보직명칭은 외사심의관이 아닌 '외사관리관'이다. 수사국 경정급 간부 중 외사관리관 명칭을 심의관이라고 부르는 간부는 없다. 따라서 그 문건은 수사국 경정이 작성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 불순한 의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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