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처리 놓고 검찰 소동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10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검찰이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발단은 처음부터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에게서 돈 받은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해오던 권씨가 검찰 조사 이틀째인 2일 오후 10시경 갑자기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권씨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진씨와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진술만으로 나를 잡아넣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오후 9시경에는 당뇨와 고혈압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의사 진단서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3차장과 박영관(朴榮琯) 특수1부장 등 수사 담당자들이 곧바로 서울지검 6층 이범관(李範觀) 검사장실에 모여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검찰은 권씨를 일단 돌려보내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권씨를 긴급 체포해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꾼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수사팀은 돈을 준 사람들의 진술과 당시 정황증거가 충분한 상태에서 권씨를 풀어줄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뇌부에서는 ‘예우’ 차원에서 일단 돌려보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 간부들은 상기된 얼굴로 수시로 회의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기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달 30일 권씨의 소환 사실을 발표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침내 3일 오전 1시반경 검찰과 권씨가 ‘긴급 체포는 하지 않되 조사는 계속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너무 ‘예우’에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외압설까지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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