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십억 전담관리 '최규선의 여자' 행방묘연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비자금 수십억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염모씨(33·여)의 행적이 묘연하다.

염씨는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가 지난달 말 최씨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염씨는 이달 초 본보 취재진과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잘못 걸었다”는 말만 하고 끊은 뒤 지금까지 전화기를 꺼놓거나 받지 않고 있다. 검찰도 염씨의 행적을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한 측근은 “염씨는 자기 가족 등의 명의로 최씨의 비자금 수십억원을 관리했으며 중요한 계좌의 명의인은 최씨와 염씨 두 사람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천씨의 부인 명의로 된 최씨의 비자금 계좌에서 수시로 수백만∼1억여원씩이 염씨와 염씨 가족 명의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또 지난해 5월 염씨가 서울 강남구 H아파트를 전세 3억1000만원에 계약할 때 최씨가 계약 장소에 나타났으며 계약금 2600만원의 송금자도 최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당시 염씨의 남편 행세를 했고 자신을 의사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호영씨는 “최씨가 염씨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줬으며 BMW 승용차도 사줬다”고 주장했다.

염씨는 98년 초 대통령 당선자 보좌역이던 최씨의 개인비서를 하면서 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최씨는 자금관리를 염씨에게 전적으로 맡겼으며 당시 염씨가 운영했던 계좌에서 나오는 이자만도 매달 1000만원가량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염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 C빌딩 8층 P매점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이 매점 역시 사실상의 소유주는 최씨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감안할 때 최씨가 거래 관계자나 중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도 염씨가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일정 시기가 되거나 최씨의 신호가 있을 경우 염씨가 이 테이프를 공개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씨는 구속되기 전에 “염씨는 미국에 있는 친구의 약혼녀로 그 친구의 부탁으로 염씨를 보살펴주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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