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보전 1만계좌 모읍니다"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39분


식목일인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

아파트단지들로 둘러싸인 야산인 맹산의 한쪽에 자리한 이 자연학습장에서 이날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2000여평 규모인 이 자연학습장을 영구 보전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돈을 모아 땅을 사기 위한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 내셔널 트러스트(국민신탁) 운동 선포식’이 열린 것이다.

이 곳은 ‘분당환경시민의 모임’이 1994년 생태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어린이 환경학교’를 개설한데 이어 98년 ‘반딧불이 자연학교’의 문을 연 이후 분당지역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이 곳에는 늦반디, 파파리반디, 애반디 등 3종의 희귀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고 매년 8월말∼9월초에 분당환경시민의 모임 주최로 반딧불이 축제가 열린다.

▽국민신탁 운동 계획〓5일 선포식에는 주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이 운동 공동대표 이영민씨(36·주부)의 선포식 선언에 이어 등록증서 수여식과 느티나무 기념 식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주민들은 앞으로 1인 1계좌(1만원)씩 성금을 내 사유지인 이 곳을 매입한 뒤 △야생화단지 조성 △반딧불이 서식처 확대 △자연 생태관찰원 조성 △맹산반딧불이 자연학교 법인화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100계좌의 성금이 모였는데 연내 목표는 1만계좌.

이 곳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환경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김경희씨(39·여)는 “분당 주민들의 쉼터이자 자연 생태학교인 이 곳의 개발을 막고 보전하기 위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주민 10만명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나무심기에 이어 새끼 꼬기, 지게 지기 등 자연 체험 프로그램과 숲 속 친구 만나기, 물 속 생물 관찰하기 등 다양한 생태교육 활동도 펼쳐졌다.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bandi.or.kr, 031-712-5600)〓반딧불이 서식을 위해 ‘생태원’과 계단식 논 등이 조성돼 있다. 또 올챙이와 도롱뇽 알을 관찰할 수 있는 습지(웅덩이), 싸리나무를 덮고 각종 폐목재와 흙 등으로 만든 원두막과 창고 등이 갖춰져 있다.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8주 단위의 ‘자연생태교실’이 연중 계속되고 있고 계절별로 갯벌탐사, 철새탐조 등의 프로그램도 실시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 1월 영국에 본부를 둔 사단법인 내셔널 트러스트의 한국지부가 주최한 ‘제2회 내셔널 트러스트 후보지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곳은 현재 200여 가족 회원들이 매달 내는 가족당 5000원씩의 회비와 각종 자연생태교육과 강의 등을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꾸려가고 있다.

초대 사무국장 정병준씨(43)는 “아파트만 들어서 있는 삭막한 분당지역에 이런 생태교육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행사가 계기가 돼 이 곳이 영구 보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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