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너무 힘들어요”…황사 최악

  • 입력 2002년 3월 21일 17시 08분


사상 최악의 황사가 몰아닥친 2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마치 누런 안개 에 잠긴 듯했으며 행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종종걸음을 치는 등 먼지로 큰 고통을 겪었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퇴근을 서둘렀으며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음식점의 손님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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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휴대전화는 황사가 일으키는 방해전파 때문에 통화 중 끊기거나 잡음이 심했으며 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또 지방공항의 기상이 악화되면서 여수, 울산, 포항, 목포, 부산, 속초공항 등 6개 지방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왕복 70여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결항됐다. 농민들은 구제역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축사를 소독하는 등 비상 상황에 들어갔다. 이번 황사의 발원지가 구제역이 빈번히 발생하는 중국 네이멍구 지역이기 때문이다.

▽황사 실태〓90년대 이후 황사 발생 일수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61년부터 90년까지 30년간 서울의 봄철 황사 관측일은 평균 2.6일이었지만 99년 6일, 2000년 10일, 2001년 27일로 늘었다.

황사가 빈발하는 것은 황사 발원지인 중국 내륙지역의 삼림 파괴와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이 지역에 고온건조한 날씨가 몇 년째 계속 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서 기압골이 발생하면 미세한 황사 입자가 상승기류를 타고 공중에 떠 있다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 일본 등으로 날아오게 된다.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는 약 100만t의 먼지가 떠오른다. 이 중 한반도에 쌓이는 먼지는 15t짜리 덤프 트럭 4000∼5000대 분량인 4만6000∼8만6000t으로 추정된다.황사 먼지에는 다른 먼지보다 철 망간 니켈 등 중금속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

황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황사에는 양이온성 토양금속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강수나 토양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식물과 해양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후유증〓이날 전국의 내과 이비인후과에는 기침 알레르기 눈병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마포구 중동 연세이비인후과 김태형 원장은 “평소보다 환자가 50% 정도 늘었다”며 “아이들은 주로 기침 알레르기비염 천식을 앓고 있으며 성인들은 목부위의 통증을 동반하는 후두염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인천 정안과병원 최기용 원장은 “눈이 가렵고 눈곱이 끼는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40여명으로 평소보다 2.5배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강청정제 안약 등의 판매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주의 사항〓황사가 위험한 것은 황사에 포함된 미세먼지 때문. 2.5㎛ 이하의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통해 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 만성 기관지염 증상을 악화시키고 노인과 영아에겐 폐렴 등을 일으킨다. 노약자에겐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노약자 어린이 및 기관지염 천식환자들은 옥외 활동을 삼가고 건강한 사람들도 격렬한 옥외 활동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정성희기자 scchung@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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