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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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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의 수사 초점은 이 돈이 이용호(李容湖)씨에게서 나온 것인지, 김성환씨가 이수동씨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해온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성환씨가 잠적해 수사에 진전이 없다.
김성환씨는 10일 일부 언론과 접촉해 “1억원은 지난해 김홍업씨에게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이라며 “이용호씨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아태재단도 11일 “올 초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모자란 돈을 김홍업 부이사장이 조달해와 이를 퇴직금 중간 정산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런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의 추재엽(秋在燁) 부대변인도 11일 논평에서 “아태재단이 특검의 예리한 수사 칼끝이 점차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다급한 나머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둘러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 부대변인은 “‘1억원은 김홍업 재단 부이사장이 김성환씨로부터 빌린 돈’ ‘이수동씨가 이용호씨에게서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쓴 것’이라는 등의 아태재단 측의 주장은 궤변”이라며 “김 부이사장은 사퇴하고 재단에 대한 수사와 세무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의심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인 돈 거래였다면 김씨가 이 돈을 차명관리하고 심지어 특검수사를 피해 잠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재단의 ‘공적인’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특검 관계자는 “김성환씨가 아태재단이나 김홍업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것은 권노갑씨가 식당에서 돈을 벌어 경선자금으로 줬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김성환-김홍업-이수동’으로 흘러간 돈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김성환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 돈이 이용호씨 및 정치권과 연관돼 있거나 이수동씨의 각종 이권 및 국정 개입의 대가성 금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