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화재참사 순직소방관 6명 4일 1주기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34분


소방관 6명의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주택 화재가 4일로 1주년을 맞았다.

1년 전 일어난 불로 2층 건물이 무너져 내린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화재현장은 여전히 당시의 상태로 남아 폐허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아름다운 희생은 국민의 기억에 살아 숨쉬고 있다.

화재로 숨진 서울 서부소방서 소속 박동규 소방위, 김철홍 박상옥 김기석 소방장, 장석찬 소방교의 유해는 대전국립묘지 일반묘역에 안장돼 있으며 유족의 뜻에 따라 연세대 의대에 시신이 기증된 박준우 소방교의 유해는 10월 이곳에 안장될 예정이다.

4일 오전 홍제동 화재현장을 방문한 김철홍 소방장의 누나 김미순씨(49)는 준비해 온 하얀 국화를 내려놓고는 오열했다.

큰형 김준홍씨(52)는 “지난해 화재 직전 목욕탕에서 넘어져 기억력이 약해진 어머니(75)는 숨진 아들이 미국에 연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일 새벽기도를 하는 어머니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기석 소방장의 둘째아들 김빛여름군(5)은 “정말로 내가 엄마만큼 크면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돌아와”라고 천진스럽게 말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유족들은 현재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고 있다.

박동규 소방위의 부인 이나영씨(44)는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딸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만큼 곧 일을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인 박준우 소방교를 떠나보낸 J씨(32)는 이날 모 대학 유아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박 소방교의 어머니 김원숙씨(60)는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아들만 없어 많이 힘들다”며 “비록 아들은 저세상으로 갔지만 아들의 약혼녀를 딸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오후 2시 대전국립묘지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김선우기자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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