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연행 40만명 명단 입수

  • 입력 2002년 3월 1일 11시 55분


일제 치하에서 일본으로 강제연행된 조선인 피해자 40여만명의 명단이 실린 자료가 한 피해자 단체에 의해 입수됐다.

이 자료에는 일본 각 지역으로 연행돼 강제노역에 종사했거나 숨진 조선인은 물론, 우키시마(浮島)호 폭침사건 사망자와 원자폭탄 희생자들도 들어있어 명단이 공개될 경우 사료(史料)로서의 가치도 클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최근 일본내 총련계 단체인 조선인강제련행진상조사단 으로부터 조선인 강제 징용 및 징병자 40만2032명의 명단이 들어있는 명단 현황 을 건네받았다고 1일 밝혔다.

보상추진협의회는 이달 중순경 진상조사단이 명단을 보내오는대로 전산화 작업에 들어가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국내 유가족들과 연구자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말기 강제연행된 중국인들이 장시간 노동과 학대에 항의, 폭동을 일으켰다가 수백명이 살해됐던 하나오카(花岡)사건 발생지인 아키타(秋田)현 하나오카 광산에는 조선인 766명도 강제징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중국인 생존자와 유가족 11명은 당시 광산 운영사인 가지마(鹿島) 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2000년 회사로부터 5억엔의 구제기금 설립이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강제징용된 조선인 및 유가족들도 이 자료의 구체적 명단이 공개될 경우 유사한 피해구제조치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조선인 징용자와 가족 등 수천명을 싣고 대한해협을 건너다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침몰한 뒤 반세기가 넘도록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일본 군함 우키시마호 폭침사건 사망자 명단도 이 자료에 포함돼 있다.

이 자료에는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으로 숨진 조선인은 410명으로, 작년에 일본정부가 발표했던 544명보다 적기는 하지만 진상조사단이 지난 30년간 일본 전역과 미국 문서기록보관소, 유엔 도서관 그리고 평양 등에서 발굴해 낸 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발표자료에는 없는 부분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 자료는 또 1945년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한 조선인 강제징용 사망자도 각각 2261명과 576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폭 피해자에 조선인 강제 징용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피해자 명단이 밝혀질 경우, 향후 일본정부에 원폭피해자 보상을 요구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료에는 또 당시 학도병으로 끌려간 조선인이 2339명이나 되고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인 여성도 184명에 달한다고 기록돼 있다.

김은식 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은 "명단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하겠지만 명단 현황대로라면 역사적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며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구체적 명단을 작성한 강제련행진상조사단 관계자가 한국을 공식 방문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강제련행진상조사단의 홍상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초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추진위원회 가 주최한 한국내 국회 공청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총련계 기구 소속이라는 이유로 입국이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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