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김성환 누구 말이 맞나”

  • 입력 2002년 2월 18일 08시 21분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측근인 김성환(金盛煥)씨를 재소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검 수사중단 압력 의혹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김성환씨의 재소환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진술. 이형택씨는 15일 특검 조사에서 “김씨가 내 부탁을 이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씨는 그러나 특검팀의 1차 소환 조사에서 지난해 9월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 전 총장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이형택씨의 진술과는 달리 이씨가 신 전 총장을 아느냐고 ‘문의’해 모른다고 대답한 뒤 이씨의 부탁을 묵살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따라 김성환씨에 대한 특검팀의 2차 조사는 자연히 이형택씨와 김씨의 진술 가운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그동안 김성환씨가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속사정이 있다고 보고 신 전 총장과 김씨의 통화 기록 및 대검 방문자 일지 등을 분석하며 김씨를 추궁할 단서를 찾아왔다.

특검팀은 김성환씨가 이형택씨에게서 신승환씨의 금품수수 사실과 이철성 KBS 라디오 편성부장의 이용호(李容湖)씨 사건 연루 사실을 동시에 전해듣고 이 부장에게는 사실을 알려주고 신 전 총장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또 신 전 총장에 대한 수사무마 청탁이 실제 ‘작용’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죄가 더욱 무거워질 이형택씨가 ‘근거도 없이’ 김성환씨가 자신의 청탁을 들어줬다고 주장할 이유도 없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김성환씨에 대한 특검팀의 재조사 결과 김씨가 직접 신 전 총장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신 전 총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전 총장에 대한 조사는 다시 당시 대검 수사라인에 대한 압력 작용 여부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무마 청탁과 관련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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