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국가기관청탁’ 수사…김은성 전 차장 소환

  • 입력 2002년 1월 24일 17시 59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재수사하고 있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2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보물 발굴사업 추진을 위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여권 핵심 인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국가정보원과 해군 등 국가 기관에 보물 발굴 장비 및 인력 지원을 청탁할 당시 여권 핵심 인사에게 기관 책임자와의 면담 주선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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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 관계자는 “이형택씨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직접 나서지 않고 여권의 유력 인사에게 해당 기관 관계자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군 측은 이형택씨가 2000년 1월 21일 충남 계룡대에서 오승렬(吳承烈) 제독에게 보물 탐사 장비와 수중폭파대(UDT) 지원을 요청할 당시 국정원 직원 김모씨와 민간인 2명이 동석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국정원 측에서 김씨를 의도적으로 대동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해군 측은 이형택씨가 계룡대로 내려올 당시 외부 인사가 사전에 면담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또 이날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을 소환해 이형택씨가 99년 12월 엄익준(嚴翼駿·사망)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보물 발굴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요청했는지와 2000년 1월 전남 진도 해저 보물 탐사 작업도 이씨의 요청으로 진행됐는지를 조사한 뒤 이날밤 귀가시켰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엄 전 차장의 업무를 인계 받아 김형윤(金亨允) 당시 경제단장을 통해 보물 발굴 사업을 지원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형택씨를 소환해 해군에 보물 발굴사업을 위해 장비와 인력 지원을 요청한 경위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보물 탐사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이날 “엄 전 차장이 보물 발굴 사업에 관한 자료를 개인 첩보 수집 차원에서 갖고 있다가 파기했으며 지금은 보물 발굴 자료가 없다”고 특검팀에 해명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보물 발굴사업에 참여했던 신화건설의 220억원대 회사채 만기 연장 과정에서 이형택씨가 부당한 청탁을 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한빛은행과 산업은행 채권팀 관계자를 소환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금감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용호씨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주식이나 금품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2000년 5월 이용호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이덕선(李德善) 전 군산지청장도 이날 소환해 긴급 체포했던 이씨를 하루 만에 풀어주고 입건유예 처리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 전 지청장이 지난해 5월 3일 이후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를 접촉한 경위와 신씨에게서 이용호씨 사건과 관련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특검팀은 당시 수사라인에 있었던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과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도 다음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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