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주부환경순찰단' 불법간판등 구청에 제보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9분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동네에 산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어딘지 밝힐 순 없지만 한 친구의 동네에 놀러가보면 너무 지저분해 ‘돼지우리’ 같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주부 정회석씨(41·서울 양천구 신정1동)는 지난해 2월21일부터 구청의 ‘주부환경순찰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 자신의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동네를 돌면서 파손된 보도블록이나 찢어진 플래카드 등 미관을 해치는 민원 사항을 구청에 알리면 바로바로 고쳐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씨는 갈수록 동네가 깨끗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는 것.

“한번은 신정4거리에 있는 은행나무의 잎들이 이상하게 햇빛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 것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닭꼬치를 파는 노점 차량에서 나오는 연기가 원인이었죠. 구청에 건의하니까 다음날부터 닭꼬치 차량은 다른 곳으로 옮겨 장사를 했어요.”

신정3동에 사는 주부 정윤자씨(43) 역시 구청의 발빠른 조치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8월에는 금옥여고 앞 보도에 맨홀 뚜껑이 열린 채 방치돼 있어 이를 구청에 알리자 예상보다 신속하게 조치가 취해졌다.

정씨는 “이 길은 신기초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굣길로 이용하는 곳인데도 시공회사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수개월 동안 맨홀을 방치해 두었는데 구청에 알린 뒤 며칠이 안돼 시정되는 것을 보고 정말 흐뭇했습니다”고 말했다.

99년 2월 창단된 양천구 주부환경순찰단은 불법간판과 방치차량 등 동네 환경을 해치는 각종 사안을 구청에 제보하는 등 구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마다 주부 1명씩 모두 20명으로 이뤄진 환경순찰단은 3, 4명씩 6개조로 나눠져 구청 직원 한명과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걷거나 차량을 이용해 ‘순찰 활동’을 한다. 특히 단원들은 누구보다 동네 사정에 밝은데다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 구청에서 미처 알지 못하는 일까지 챙겨주고 있어 ‘주민자치’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단원 이순옥씨(45·신정2동)는 “순찰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저절로 동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쓰레기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는 주민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주부들은 섬세한 감각으로 어디에 불법 쓰레기가 쌓였는지 귀신같이 알아낸다”며 “주부들의 적극적인 구정 참여가 깨끗한 구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순찰단은 올 한 해 동안 407건을 구청에 제보했다. 내용별로 보면 노점상 노상적치물 등 가로정비 분야 208건(51.1%), 쓰레기 적치 등 청소 분야 89건(21.9%), 불법간판 등 도시정비 분야 49건(12.1%), 방치차량 등 교통 분야 27건(6.6%) 등이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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