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 “악몽의 2001년”… 비리 은행강도 잇따라

  • 입력 2001년 12월 24일 20시 13분


‘강력범 수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랴, 비리 혐의로 이리저리 수사기관에 불러 다니랴….’

은행 총기강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가 요즘 동동 걸음을 치고 있다. 잇딴 ‘내우외환(內憂外患)’ 때문이다.

“범행 차량 지문, 누구건지 확인됐어? 제보 내용, 신빙성 있는지 알아보라구.”“…….”

현금수송 차량을 덮쳐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3억원을 탈취해 달아나는 메머드급 강력사건이 발생한 지난 21일 이후 둔산경찰서 형사계는 그야말로 야시장으로 변했다.

출입문 주변에는 짜장면 그릇이 쌓여간다. 날 밤을 꼬박새운 형사들이 소파에 파뭍혀 곤한 잠에 빠져있다. 한편에서는 수사를 독려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여전히 허공을 가른다.

하지만 이 사이 둔산경찰서는 ‘다른 사안’으로 더 바빴다.

백모경사(44)가 관급 공사를 수주해주겠다며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모경사(51)가 불법 영업을 봐준 대가로 노래방 업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각각 22일과 23일 검찰에 의해 구속됐기 때문.

또 수사부서 남모경사 등 3명이 가짜휘발유 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은뒤 경찰에 통보돼 해임됐다.

여기에다 충남 서천경찰서 남모경사(53)는 무등록 부동산중개업자로부터 21차례에 걸쳐 1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2일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이들 독직사건들은 성인오락실 사건 등으로 올해 한해동안 총경 5명을 날려보낸 충남지방경찰청이 최근 신임 청장 부임 이후 다짐했던 심기일전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은행 강도가 소지했던 38구경 권총이 지난 10월 5일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골목길에서 파출소 직원(대전 동부경찰서 송촌파출소 소속 노모경사·33)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뒤 탈취당한 것으로 밝혀지는 날에는….”

한 경찰간부는 “봇물을 이루는 잇딴 악재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강력사건 수사에 전력을 쏟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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