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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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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지역 건강보험 재정을 분리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통합 정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자민련의 도움을 얻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건보 재정은 분리될 수밖에 없고 정부는 당초 수립한 대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이 연내 본회의 처리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민주당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어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내년 1월1일부터 법적으로 재정 통합이 진행되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분리든, 통합이든 빨리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건보재정 운영〓재정이 분리되면 통합을 전제로 마련된 정부의 건보재정 안정대책은 골격부터 달라져야 한다. 직장보험 적자(2006년 2조원 누적적자 예상)를 지역보험 흑자로 메우는 방식의 대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 건강보험료를 직장과 지역 구분 없이 똑같이 8∼9%씩 올리려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각각 사정에 맞게 새로 인상률을 정해야 하는 것.
한나라당과 경총, 한국노총 등은 “재정이 분리되면 당장 직장보험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으로는 주인의식이 생겨 재정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탄탄한 재정을 자랑했던 직장보험이 98년 이후 직장 및 지역의보 통합이 추진되면서 2조8000억원의 적립금을 까먹은 것도 “어차피 합칠텐데…”라는 생각에서 나온 방만한 운영이 주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직장 재정적자 문제〓재정이 바닥난 직장보험은 내년에만 35∼40%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총 진료비의 40%를 국고에서 지원 받는 지역보험은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역보험에만 국고를 지원하는 문제나 담배부담금 배분 방식 등 ‘돈 문제’를 둘러싼 직장과 지역간, 분리론자와 통합론자 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직장보험으로선 당연히 “사정이 더 어려운 것은 우리인데 왜 지역보험에만 지원하느냐”며 국고 지원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조직 분리 비용〓‘재정이 분리되면 조직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어 엄청난 재정 및 조직 분리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정 분리론자들은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직장인과 소득 파악률이 30% 정도인 자영자를 하나로 묶는 재정 통합을 강행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재정 분리로 지역간 세대간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연대라는 사회보험의 취지는 훼손이 불가피하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나 방만한 재정운영 문제 등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