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세밑… 살벌한 세태… 차량절도단 극성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04분


전문 차량절도단들이 전국을 무대로 활개치고 있다. 도난된 차량들은 해외로 불법 수출될 뿐만 아니라 강도나 살인 등 제2의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늘어나는 차량 절도〓서울 강남경찰서는 에쿠스 벤츠 등 고급승용차 130여대를 훔쳐 중국 필리핀 등으로 불법 수출해온 혐의로 24일 이모씨(27·경기 동두천시) 등 전문 차량절도단 12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중국으로 달아난 국내 총책 최모씨(44·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 나머지 일당 16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이번에 검거된 차량절도단은 국내 최대 규모로 피해액이 42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훔친 차량의 차대번호를 위조한 뒤 국내 중고차 시장에 되팔거나 도난 차량을 서류상 의류 등으로 위장해 수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범죄에 이용하기 위한 차량 절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1일 대전에서 발생한 은행 권총강도 사건에 사용된 차량은 1월 경기 수원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대전에서 순찰 중이던 노모 경사(33)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뒤 38구경 권총 1정을 도난당했을 때도 범행 차량은 전날 대전에서 도난당한 차량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자동차 도난신고는 2만3838건으로 18분마다 1대 꼴로 차량 도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치밀해진 범죄 수법〓경찰은 차량 절도의 수법이 이전에 비해 한층 치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엔 주로 창문 틈에 철제 자 등을 집어넣어 문을 여는 수법이었으나 최근엔 압축기로 창문을 뜯어버리거나 무선 키의 주파수를 분석하는 기계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훔친 차량의 불법 수출로 큰돈을 벌 수 있게 되자 차량 절도가 점차 전문화, 첨단화되고 있다”며 “불법 수출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책임 문제〓지난 3년간 손해보험사들이 차량 도난으로 지급한 보험금은 606억여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차량 소유주가 자동차 안에 열쇠를 꽂아둔 상태에서 도난당했을 경우 보험금은 지급하지만 이후 보험료를 할증한다. 법원도 이 경우 차량 절도범이 일으킨 범죄나 교통사고에 대해 소유주의 일부 책임을 묻고 있다.

S보험사 관계자는 “주차를 할 땐 반드시 관리인이 있는 주차장에 하고 주차장이 아닌 길가 등에 주차할 경우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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