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옥차관 말바꾸기 스스로 신뢰잃어

  • 입력 2001년 12월 14일 06시 06분


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이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이와 관련된 ‘말 바꾸기’ 때문에 스스로의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신 차관은 1억원 수수 의혹 보도가 나간 11일 진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가 12일에는 “만난 기억이 없다”며 전날 발언을 살짝 뒤집었다.

검찰 수사관계자들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와 ‘만난 기억이 없는 관계’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만난 기억이 없다’라는 발언은 아는 관계인데 만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로 볼 때 ‘만난 기억이 없다’는 말도 거짓말로 드러나기 쉽다.

검찰은 이미 신 차관이 지난해 5월 서울 P호텔 일식당에서 최씨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으며 지난해 8월에도 같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는 진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실장이던 최택곤(崔澤坤)씨를 만난 이유에 관한 말도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 신 차관은 “민심 동향을 살피기 위해 최씨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났던 당시 최씨는 민주당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등 ‘민심’을 전해 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더구나 최씨는 미덥지 않은 처신으로 가깝게 지내던 정치인들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처럼 말의 일관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진씨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부인도 점점 믿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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