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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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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및 생태계 보전지역이자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가 시민 환경단체에 의해 ‘철새공화국’으로 선포된다.
부산녹색연합과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전국 106개 시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낙동강 하구 을숙도 명지대교 공동대책위’는 16일 을숙도광장에서 철새공화국 선포식을 갖는다.
이날 행사는 참가자 500여명이 을숙도광장에서 을숙도 남단 갯벌까지 2.5㎞를 도보로 이동한 뒤 철새보호를 위한 차폐막을 설치하고 협동화 그리기, 새 만나기(탐조활동) 등의 행사를 벌인다.
이어 열리는 철새공화국 선포식은 현판에다 ‘을숙도 철새공화국 헌법’을 새겨 시민들에게 철새보호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모두 19조로 돼 있는 철새공화국 헌법은 ‘모든 생물은 생명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자신의 터전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인간은 모든 생명과 접하고 친구가 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
또 부산시에 대해서는 고층건물과 다리 건설, 매립 등을 하지 말고 보전의무를 다할 것을, 방문객에 대해서는 원색 옷을 피하고 위협적인 행동 자제와 쓰레기를 만들지도 남기지도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측은 “환경파괴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헌법을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이에 앞서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직선화 건설을 무산시킨 바 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