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자연계 수험생 ‘탈락공포’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18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에 응시한 서울 K고 3학년 김모군(18)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자연계인 의대에 지원하기로 했다.

김군의 수능 원점수 총점은 360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언어영역 성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120점 만점에 98점으로 언어영역을 대부분 반영하는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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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은 “수리영역과 과학탐구 외국어영역의 성적이 좋아 이들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의 의대에 지원하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시험 인문계에 응시한 박모군(18)도 언어영역 점수는 120점 만점에 91.4점이지만 과학탐구는 48점 만점에 42점, 외국어영역은 만점인 80점을 받는 등 자연계에서 주로 반영하는 영역의 점수가 높아 자연계로 교차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올 수능시험의 고득점 인문계 수험생들 가운데 자연계에 교차지원하는 수험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자연계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언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인문계 고득점자가 자연계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고 인문 자연 예체능계간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하는 대학도 80개나 된다. 특히 전국 11개 한의대 중 경희대 경원대를 제외한 9개대, 44개 의대 중 25개대가 인문계 수험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고 수능시험의 특정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도 많다.

자연계 수능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6만명 이상 줄면서 인문계 응시자의 절반 이하가 된 것도 수능시험은 인문계에 응시하고 대학은 자연계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고교와 사설입시전문기관의 진학상담실에는 자연계에 지원하려는 수능시험 인문계 고득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B고 3학년 부장교사는 “반별로 10여명이 교차지원을 고려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고득점자는 대부분 인문계 학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역별 변환표준점수로 수능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의 누적인원은 전 영역에 걸쳐 인문계가 자연계보다 2배 가량 많다.

같은 원점수를 받았더라도 난이도를 고려한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하면 점수차가 더 벌어져 수리영역의 경우 인문계가 자연계보다 최대 7점까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수리영역의 고득점 인문계 수험생이 수리영역에 가중치를 두는 자연계에 지원하면 유리해진다.

가령 수리영역 점수가 70점인 인문계 수험생(변환표준점수 81점)과 자연계 수험생(변환표준점수 74.5점)이 같은 K대 자연계에 지원하면 변환표준점수차는 6.5점이지만 50% 가중치를 계산하면 점수차가 9.75점으로 벌어진다.

서울 S고 L군(18)은 “입시에 유리하다며 수능시험 때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바꿔 지원한 친구들이 많은데 불공평한 것 아니냐”며 “교차지원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金泳I) 교육컨설팅 본부장은 “자연계 고득점 수험생은 인문계 수험생의 교차지원을 고려해 2, 3점 가량 하향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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