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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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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2일 “금감원에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은 작지만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제팀장이었던 정씨가 ‘업무 대상’인 금감원을 상대로 ‘돈 로비’보다는 ‘선처’를 요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차례 금감원 로비 여부가 주목을 받았지만 자살한 장래찬(張來燦) 전 금감원 금고담당국장 이외에는 확인된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씨가 지난해 800억원대 열린금고 불법대출, 600억원대 리젠트종금 편법대출,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한스종금 인수사기 등으로 필사적으로 금감원에 매달렸을 것이라는 점이다.
로비 가능성을 언급하는 쪽은 지난해 금감원이 진씨 계열사의 비리를 잇따라 적발하고도 종합검사를 하지 않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99년 은행 증권 금고의 감독기구들을 통합해 출범한 뒤 “한 몸이 된 만큼 ‘계열금융사에 사고가 생기면 함께 조사한다’는 연결검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두 차례 이상 진씨의 금융회사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그러나 진씨의 ‘돈줄’이었던 열린금고는 지난해 11월 불법대출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직전까지 연결검사를 받지 않았다.
더구나 진씨는 99년 9월과 지난해 3월 두 번이나 ‘금고인수 후 반년 만에’ 불법대출이 적발돼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검찰 수사결과 진씨는 2차례 적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열린금고에서 돈을 꺼내 썼다. 이 시점은 경제과장 정씨가 진씨에게서 현금과 수표 1억원과 법인카드를 받은 시기와 일치한다.
금감원이 진씨의 비리를 적발할 수 있었던 기회는 몇 차례 더 있었다.
리젠트그룹 피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진씨가 5000여개의 계좌를 굴리는 등 수상한 거래를 일삼아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전자우편을 5월 금감원에 보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5∼6월부터 진씨를 불러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일 “금고 검사팀에서 ‘요주의 인물’이던 진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진씨를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데 금감원이 진씨를 봐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