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人權요구 봇물처럼 터졌다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22분


‘봇물 터진 인권의식.’

26일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金昌國 변호사)에 각종 진정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어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와 기대치가 예상외로 높은 수준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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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눌린 인권' 폭발

출범 이틀째를 맞은 인권위는 그동안 사회적 법적 한계 등으로 인해 갈 곳이 없었던 다수 국민들의 다양한 인권침해 사안을 거론할 수 있는 ‘분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출범 첫날인 26일 하루에만 122건의 진정이 접수된 데 이어 27일에도 직접 방문과 전화, e메일 등을 통해 총 113건의 진정이 쏟아졌다.

또 인권위 사무실에는 문의 전화가 하루 100여통에 이른다. 각 민간 인권단체들에도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인권침해와 관련한 억울한 사연들이 하루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인상적이다. 그동안 인권침해라고 하면 거의 공권력 남용에 관련된 민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로 접수된 진정에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인권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 문제 등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례로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 대표는 성전환자 김모씨가 지난해 7월 신분증의 사진 및 실제 외모가 주민등록증과 다르고 승객들에게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객기 탑승을 거부당한 사건을 진정하고 손해배상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권위 김형완(金炯完) 간사는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기대수준이 이렇게 다양하고 높은 데 놀랐다”며 “당분간 인권침해의 여부를 떠나 진정인들의 ‘하소연’을 최대한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억눌려온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욕구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라며 “인권위 출범이 이를 적극 수용하는 계기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 오완호(吳完鎬)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는 물론 그동안 사회적으로 묵인돼온 각종 차별 행위를 바로잡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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