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정년, 성차별? 정년차별?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4시 43분


32세 정년은 성차별인가 정년차별인가?

서울 A대학 여직원 김모씨가 “사무보조직 정년을 32세로 묶은 것은 성차별” 이라며 구제를 호소해 최근 노동부와 A대학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노동부는 32세 정년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고 본 반면 A대학은 “전혀 차별이 아니다” 고 맞섰다.

김씨는 정년으로 해고를 당하자 사무보조 직원들이 10명중 7명꼴(73%)로 여성이기 때문에 32세 정년 규정은 사실상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자신의 경우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동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의견을 첨부해 이 사건을 10월 검찰에 넘겼다. 노동부는 A대학 남자 사무보조 직원들이 이직이 잦아 근속기간을 감안하면 10명중 9명꼴(90%)로 여성이 많기 때문에 정년 규정은 여직원을 차별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대학은 사무보조직은 남녀 모두에게 개방돼 있고 32세 정년 규정 역시 남녀직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성차별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무보조직 정년 규정은 A대학 노사가 합의해 단체협약으로 정했고 남자 사무보조 직원들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을 차별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며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결국 김씨가 법 앞에서는 진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김씨가 항소 채비를 하자 A대학이 다른 일자리를 제안했고 나머지 사무보조 직원들의 정년도 4년 더 늘려주었다. 김씨는 대학의 제안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부는 “A대학의 사무보조직 정년이 다른 직종에 비해 너무 짧다는 점을 대학 스스로 인정했다” 며 “A대학과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경우 성차별 이 아닌 정년차별 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내려보냈다” 고 말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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