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이 나오자 양복 차림의 남자가 옆에서 춤추던 여자를 끌어당겨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홀은 웨이터들에 이끌려 남자손님들의 테이블로 옮겨다니며 이른바 ‘부킹’ 을 하는 여자들로 분주했다.
이 나이트클럽의 손님들은 대부분 30대. 최근 20대 젊은이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30대만의 유흥 오락을 즐기려는 클럽족 들이 늘고 있다.
강남에서 잘 나간다는 이 나이트클럽은 30대 이상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30대 초반의 미시족과 노처녀가 대부분이고, 남성은 주로 유부남들.
“주부가 자주 올 수 있나요. 친구 생일날에 맞춰 두달에 서너번 정도?” 웨이터에 이끌려 30대 초반의 남자 옆에 앉은 이모씨(35·여)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이씨는 “잘 생긴 젊은 남자 옆에 앉으니까 좋네요. 몇 살이나 먹었어요” 라며 술잔을 권했다.
이 나이트클럽은 수도권 일대에 소문이 난 상태. “물 좋다는 소문 듣고 와 봤는데 소문만큼 젊은 사람(남자)이 많지 않네요.” 경기 일산에서 왔다는 정모씨(34·여)는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웨이터 김모씨(35)는 “16개나 되는 룸을 차지하려고 오후 8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 라며 “토요일은 젊은층이 많아 대성황이고 남녀 손님끼리 부킹이 잘 되면 2차도 나갈 수 있다” 고 귀띔했다.
이처럼 30대를 위한 유흥 오락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젊은층에도, 장년층에도 못끼는 30대들의 욕구 때문이다.
직장 여성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오모씨(31·여)는 “시설은 카바레 분위기지만 부킹 같은 짝짓기 문화는 20대 때 다니던 나이트클럽과 다르지 않다” 며 “나이트클럽 가기도 쑥스럽고 캬바레 가기는 어중간한 나이여서 이곳에 왔다” 고 말했다.
30대들이 즐기는 곳은 나이트클럽 뿐만은 아니다. 룸살롱, 스포츠마사지, 고급사우나 등 30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업소가 속속 등장해 30대들의 유흥 오락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趙惠貞) 교수는 “30대들이 20대의 양태를 똑같이 답습하는 것은 그 세대만의 생활 스타일이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세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