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0대 전용 나이트클럽 성업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5시 41분


17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D나이트클럽. 300여평 규모의 홀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남녀들이 현란한 조명을 받으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자 양복 차림의 남자가 옆에서 춤추던 여자를 끌어당겨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홀은 웨이터들에 이끌려 남자손님들의 테이블로 옮겨다니며 이른바 ‘부킹’ 을 하는 여자들로 분주했다.

이 나이트클럽의 손님들은 대부분 30대. 최근 20대 젊은이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30대만의 유흥 오락을 즐기려는 클럽족 들이 늘고 있다.

강남에서 잘 나간다는 이 나이트클럽은 30대 이상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30대 초반의 미시족과 노처녀가 대부분이고, 남성은 주로 유부남들.

“주부가 자주 올 수 있나요. 친구 생일날에 맞춰 두달에 서너번 정도?” 웨이터에 이끌려 30대 초반의 남자 옆에 앉은 이모씨(35·여)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이씨는 “잘 생긴 젊은 남자 옆에 앉으니까 좋네요. 몇 살이나 먹었어요” 라며 술잔을 권했다.

이 나이트클럽은 수도권 일대에 소문이 난 상태. “물 좋다는 소문 듣고 와 봤는데 소문만큼 젊은 사람(남자)이 많지 않네요.” 경기 일산에서 왔다는 정모씨(34·여)는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웨이터 김모씨(35)는 “16개나 되는 룸을 차지하려고 오후 8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 라며 “토요일은 젊은층이 많아 대성황이고 남녀 손님끼리 부킹이 잘 되면 2차도 나갈 수 있다” 고 귀띔했다.

이처럼 30대를 위한 유흥 오락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젊은층에도, 장년층에도 못끼는 30대들의 욕구 때문이다.

직장 여성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오모씨(31·여)는 “시설은 카바레 분위기지만 부킹 같은 짝짓기 문화는 20대 때 다니던 나이트클럽과 다르지 않다” 며 “나이트클럽 가기도 쑥스럽고 캬바레 가기는 어중간한 나이여서 이곳에 왔다” 고 말했다.

30대들이 즐기는 곳은 나이트클럽 뿐만은 아니다. 룸살롱, 스포츠마사지, 고급사우나 등 30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업소가 속속 등장해 30대들의 유흥 오락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趙惠貞) 교수는 “30대들이 20대의 양태를 똑같이 답습하는 것은 그 세대만의 생활 스타일이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세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