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1만여명, 과천서 쌀 포기 정권 규탄 집회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5시 38분


정부의 농정 실책 을 규탄하는 대규모 농민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소속 회원과 농민 등 1만여명은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쌀값 보장 등을 촉구하는 '100만 농민 총궐기대회'를 갖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대회에서 농민들은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가 추곡수매가 4∼5% 인하 건의안을 확정하는 등 정부는 쌀포기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농협중앙회마저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쌀을 지키겠다는 정부와 농협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또 정부에 △시가수매 400만석의 쌀값 5만7660원 보장 및 즉각 수매 △쌀값 안정기금 신설 △논농업직불제 단가의 선진국 수준 상향 조정 △쌀산업 안정 중장기대책 조기 재수립 △농협중앙회의 즉각 해체 등을 요구했다.

경남 고성군에서 온 김진현군(동중학교 2년)은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차라리 여름 가뭄 때 논을 그냥 놔뒀으면 오늘 450만 농민의 가슴이 이렇게 쩍쩍 갈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왕따 당하는 농민들에게 온정을 베풀어달라"고 촉구했다.

대회가 끝난 뒤 농민들은 계란과 오물 등을 던지며 정부청사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하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농민들은 또 농협중앙회와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상징하는 허수아비들을 만들어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300여대의 버스로 전국에서 온 1만여명의 농민들이 참가했다. 경찰은 62개 중대 72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이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에서도 충남지구 소속 농민 700여명이 쌀 500여가마를 8t과 11t 트럭 2대에 나눠 싣고 와 농협중앙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앞서 13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제1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전국농민회는 다음달 2일 여의도에서 제2차 전국농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과천=민동용 김창원 박민혁기자>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