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엘리베이터 나눔이’ 운동 20여곳 확산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1시 13분


서먹 서먹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을 만나기도하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하기 일쑤다.

이웃간의 교제가 차단되는 아파트 구조속에서 이를 깨뜨려나가는 주부들이 있다.

대전 YWCA 소속 소모임인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회장 정용옥·38·대전 서구 관저동 대자연아파트).

이들은 아파트의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엘리베이터 안에 게시판을 거는 운동을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안에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을 설치해 서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쓰도록 한 것.

내용은 ‘1501호 00엄마입니다.제가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저희 집에 유모차가 이제는 쓸모가 없습니다.필요하신 분 가져다 사용하세요’‘젓갈이 많은데 필요하신 분 901호’‘내일 계룡산 등산예정인데 같이 가실 분 계십니까’ 등으로 다양하다.

이 운동은 대자연아파트에서 시작해 2년여만에 대덕구 송촌동 선비마을,유성구 원내동 한아름,서구 관저동 대자연·선비마을아파트 등 20여군데 아파트로 확산됐다.

정회장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게시판을 달기 시작한 이후부터 아파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며 “시멘트로 차단된 아파트에서 서로의 친구가 생기고 있다는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촌동 선비마을 아파트는 이같은 활동으로 같은 라인 거주자들이 마을 노인정에 찾아가 정기적으로 노인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 모임의 지도를 담당하는 대전YWCA 유덕순부장은 “내가 먼저 시작하면 형제보다 더 좋은 이웃사촌이 생길 수 있다”며 “서로 미루지 말고 한번 시작해보라”고 당부했다.

*사진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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