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충격의 고3교실…"과외공부 필요 없다더니…"

  • 입력 2001년 11월 8일 16시 51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예상 점수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8일 각 고교의 3학년 교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여고에서는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려 교사들이 이를 달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충격의 고3교실=서울 O고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이 거의 만점에 가까웠던 전교 수석 학생의 예상점수가 361점으로 예상되고 상위권 학생 가운데 350점을 넘은 학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교사와 학생들 모두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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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고에서도 상위권은 30∼40점, 중하위권은 50∼70점 가량 점수가 내려갈 것으로 나타나자 하루 종일 학교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였다.

서울 E여고의 한 교실에서는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라는 담임 교사의 요구에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려 교실이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고3 담임교사들도 해마다 바뀌는 수능 난이도 때문에 진학지도의 가닥을 잡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경복고 3학년 부장인 이용기(李龍基) 교사는 “학생들이 채점을 하다가 믿지 못할 점수가 나오니까 채점을 포기하고 입을 다물어 점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 분노 폭발〓수능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분노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 방문 때문에 교육부 홈페이지는 접속 불능상태에 빠졌으며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도 분노의 글이 쇄도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8일 하루 동안 이번 수능시험을 성토하는 글이 2000여건이나 올라왔을 정도다.

한 수험생 네티즌은 해마다 널뛰다시피 하는 수능 난이도를 빗대 “밥을 지으라고 했더니 죽을 쒀놔서 다시 지으라고 했더니 이번엔 생쌀을 올린 격”이라며 분노했다.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수험생은 “(정부가)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등 공부 안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시험을 이렇게 출제하면 어쩌란 말이냐”며 “우리가 실험실 쥐냐”고 분노했다.

▽수시 합격자도 전전긍긍=수능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이미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수시모집의 경우 수능시험에서 일정 등급의 기준에 들어야 합격이 결정되는데 수능이 어려워 자칫 탈락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J고의 경우 각 대학 수시모집에 조건부로 합격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예상 점수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진학담당 교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이사는 “점수대가 전체적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큰 염려는 없지만 점수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험생은 정시모집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용·김창원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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