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잡지 3개 부수 15만 '매거진 르네상스'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6분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발행되는 ‘분당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고급 잡지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30호를 낸 월간지 ‘분당소프트 21’을 비롯해 발행 1년이 된 주간지 ‘id분당’, 7개월된 월간지 ‘UP’ 등 3가지 잡지가 그것이다. 이들 잡지의 총 발행부수는 15만부.

이들 잡지는 아파트와 상가 등에 무료 배포되는데 음식점과 병의원, 아파트 분양 광고 등이 많이 들어와 현재 흑자이거나 조만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40만인 신도시에서 이들 잡지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 잡지는 전면 컬러 등으로 제작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향하고 지역 문화와 음식, 육아 등을 다뤄 주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점이 특징.

또 동네의 작은 축제나 모임에서부터 인물, 이색 음식점 등을 빠짐없이 소개한다. 주민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기획기사를 통해 주민들의 지적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이들 잡지는 ‘파리 여성들’이란 의미인 파리지앤을 본뜬 ‘분당지엔느’라는 조어를 만들어내 분당 여성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맏형격인 ‘분당소프트 21’은 99년 창간 당시 100쪽 분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00쪽으로 늘었고 5만부 정도가 배포되고 있다. 최근 발행된 11월호에서 ‘분당 여성들’이란 주제로 시민단체 종사 여성과 여성 기업인, 여성 환경운동가 등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통계를 바탕으로 분당 여성들의 가장 큰 상담거리가 종전 ‘가정폭력’에서 ‘법률 문제’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등 주민 삶의 변화를 잘 짚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승희 편집장은 “이 잡지의 ‘분당 100배 즐기기’, ‘분당 유명인’ 등 고정코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id분당’은 매주 40쪽 분량으로 발행된다. 주말나들이, 맛있는 집과 멋있는 집, 쇼핑, 영화 등 주민들의 주 단위 스케줄 작성에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 6월 첫 호를 낸 ‘UP’는 도시사람들(Urban People)이란 뜻. 170쪽을 전면 컬러로 찍고 있는데 크고 시원한 사진이 눈길을 끈다.

6만부를 배포하는 데 인건비 포함해 제작비가 월 8000만원. 수익은 모두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다음달이면 손익 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것.

정동목 편집장은 “중상류층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점, 패션, 애완동물 기르기 등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많은 주부들이 읽다보니 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 가족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옆집 아기 엄마의 얼굴이 크게 나오기도 하는 이들 잡지는 이제 분당 주민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주부 김모씨(36·정자동)는 “이들 잡지를 보면 ‘최근 내가 만났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지역소식을 빠짐없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분당 주민이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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